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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 | 2019-01-11 11:35:33 | 조회수 | 766 |
버터를 냉장고 없이 부패되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없었던 시대에 고안된 것이 마가린이며, 그것의 발명 동기를 부여한 사람은 나폴레옹 3세였다고 전해진다. 아마도 나폴레옹 3세는 전쟁터 혹은 평민 가정에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버터 대용품을 원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그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 아이디어를 공모하였고, 마가린 연구를 성공시켜 상을 받은 사람은 프랑스 화학자(이폴리트 메주 무리에(Hippolyte Mege-Mouries))였다. 그러나 처음 생산된 마가린은 현재의 마가린과는 재료는 물론 맛과 품질에서 달랐다. 이번에는 마가린과 관련된 화학에 대해 알아보자.
마가린: 고체 기름
따끈한 토스트에 마가린을 바르면 잘 녹는다. 제품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겠지만 마가린의 녹는 온도는 약 35℃ 이다. 입안에서 잘 녹을 수 있는 것이다. 마가린은 덜 상하면서 비교적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한 고체 기름이다. 액체 기름에 포함된 지방(산)의 분자 구조를 변화시켜서 덜 변질이 되고, 실온에서도 고체상태로 있게 만든 것이다. 버터의 노란 색을 내기 위한 색소도 첨가하고, 소금 등 첨가제를 넣어 만든다. 초기의 제품은 주로 동물 비계를 이용했고, 세월이 흐르면서 식물 기름과 동물 비계를 혼합한 것을 이용했다. 현재에는 거의 대부분 식물성 기름을 이용해서 제조한다. 식물의 열매 혹은 씨앗에 따라 식물 기름의 지방 및 지방산의 성분, 종류, 비율이 다르다. 그렇지만 마가린의 제조에는 식물의 지방 혹은 지방산의 분자의 형태를 변형시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방산, 포화: 불포화
지방산 분자는 여러 개의 탄소원자들이 결합되어 마치 길다란 탄소 사슬의 구조를 갖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분자의 한 쪽 끝의 탄소는 메틸 기(CH3-)로, 또 다른 한쪽 끝의 탄소는 카르복실 기(-COOH)의 형태를 하고 있다. 양끝의 탄소들이 연결된 중간의 탄소 사슬(보통 4 - 20개)은 단일결합 혹은 이중결합으로 묶여있다. 탄소 골격을 이루는 중간 탄소들이 모든 단일결합을 하고 있고, 그 탄소들 마다 각각 2개의 수소원자와 결합된 형태를 포화되었다고 표현한다. 만약에 중간 탄소간의 결합에 이중결합이 1개 이상 포함될 경우에는 불포화 되었다고 말한다. 결국 포화/불포화의 갈림은 이중결합이 있고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불포화된 것들은 이중결합의 탄소에 결합된 수소 원자의 결합 방향에 따라 시스와 트랜스 구조로 구분이 된다. 그러므로 지방산은 포화 지방산과 불포화 지방산(시스 및 트랜스 지방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 시스 및 트랜스 구조의 자세한 설명은 네이버 캐스트에 이미 나와있는 [트랜스 지방]을 참고하기 바란다.
포화 및 불포화 지방산의 특징
마가린은 포화지방산의 비율을 늘려서 상온에서 고체 상태로 만든 것이다. <출처: (cc) Helge Hopfner>
일반적으로 포화 지방산은 녹는 점이 높고, 산패(rancid)되는 정도가 덜하다는 특징이 있다. 산패란 기름을 공기 중에 두었을 때 산소, 물, 미생물 등에 의해 맛이나 색이 변하며,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전체 탄소 원자의 개수가 10개 이하인 포화 지방산은 상온에서 액체로, 10개 이상인 포화 지방산은 고체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이중결합을 포함하고 있는 불포화 지방산은 녹는 점이 낮으며 산패도 쉽게 진행된다. 탄소 골격 내에 이중결합의 개수가 많을수록 녹는 점도 더 낮아지고, 산패도 더 쉬운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식물성 기름이 상온에서 액체인 것도 불포화 지방산을 많이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며, 동물성 기름보다는 더 많은 불포화 지방산을 포함하고 있다. 자연산 식물성 지방산에 포함된 탄소 골격의 이중결합들은 거의 대부분 시스 구조를 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1개 이상의 이중결합을 포함한 불포화 지방산의 종류도 많다. 귀에 익은 오메가-3 지방산 중에는 이중결합이 5개(EPA, eicosapentaenoic acid)와 6개 포함된 것(DHA, docosahexaenoic acid)도 있다. 기름에 포함된 지방산의 종류도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올리브 기름(녹는점 약 -6℃)은 주로 이중결합을 1개 포함한 탄소의 개수가 18개인 불포화 지방산(Oleic acid)이 가장 많고, 그 비율도 약 75% 이상이다. 반면에 코코넛 기름(녹는점 약 26℃)은 탄소의 개수가 보통 6~20개로 구성된 다양한 종류의 포화 지방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포화지방산의 비율이 약 90 % 이상이다.
지방(기름)
지방은 글리세린의 3개의 알코올 기(-OH)들마다 각각 1개씩 지방산의 카르복실 기(-COOH)와 반응하여 모두 3개의 에스테르(R-COOR’) 결합을 갖고 있는 분자이다. 글리세린의 3개의 알코올 기와 결합 가능한 지방산의 종류와 가능한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지방의 종류가 엄청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더구나 동식물의 기름(지방)에는 글리세린과 결합되지 않은 자유로운 지방산도 상당량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기름의 녹는점을 비롯한 물리화학적 특성은 지방 및 지방산의 성분 및 비율에 따라 차이가 난다. 3개의 에스테르 결합을 포함하고 있는 지방을 영어로 triglyceride(약어 TG, 중성지방)라 부른다. 이것은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의 하나로 알려져 있으므로 중 장년의 건강 검진에서는 반드시 혈액 내의 중성지방 농도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앞줄에 쇼트닝, 마가린, 버터가 있고, 뒤쪽은 마가린과 샐러드 드래싱이다. 모두 지방의 비율이 매우 높다.
수소화 지방(산)
불포화 지방(산)의 이중결합은 산패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중결합이 산소(혹은 물, 금속 이온 등)와 반응을 하여 변질되면 악취가 풍기는 기름이 된다. 그에 비해 포화 지방(산)은 상대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오래 견디므로 안정한 편이다. 마가린이 별도의 보존처리를 하지 않았어도 오래 상하지 않는 이유는 불포화 지방산의 비율을 줄여서 포화 지방(산)의 비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이중결합을 단일결합으로 변경하면 녹는점은 높아지고, 산화 경향은 감소한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만든 고체 기름이 마가린인 것이다. 고체이므로 실온에서 운반 혹은 보관할 때 더 간편한 것도 마가린의 장점이다.
불포화 지방(산)의 탄소 사슬을 이루는 이중결합 탄소에 각각 수소 원자를 1개씩 더 첨가(결합)하여 단일결합으로 변경하는 것을 수소화(hydrogenation)라 일컫는다. 니켈을 촉매로 사용하고, 기름을 비교적 격렬한 조건(약 160-200℃, 2-10 기압)의 수소기체와 반응을 시키면 이중결합의 2개 탄소에 수소 원자가 각각 1개씩 첨가되어 단일결합이 된다. 니켈 촉매 없이는 반응 온도도 높을뿐더러 변환 효율도 낮고, 반응의 선택성도 떨어진다. 수소화 정도에 따라 이중결합이 아예 없어지기도 하고, 이중결합의 개수가 줄어들기도 하고, 심지어 이중결합의 위치가 변하기도 한다.
마가린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예시. 수소화를 통해 탄소간 이중결합이 단일결합으로 바뀌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양상이 일어날 수 있다. 그림은 한 예일 뿐이다.
이 때 일부이기는 하지만 시스 지방(산)이 트랜스 지방(산)으로 구조가 바뀌는 경우가 발생한다. 많은 화학반응은 원하는 생성물이 100% 생성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트랜스 지방(산)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기피해야 되는 지방이다. 왜냐하면 트랜스 지방(수소화 결과 생성되는 지방)을 많이 섭취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역학조사 결과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저밀도 지질 단백질(LDL, low density lipoprotein,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알려져 있다.)의 혈액 내 농도를 높이는 데 트랜스 지방이 관여한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트랜스 지방이 오히려 포화지방보다 더 건강에 해롭다는 말로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기능성 마가린
요즈음에는 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는 물질을 첨가했다는 기능성 마가린도 판매되고 있다. 식물에 포함된 식물 스테롤(phytosterol, 피토스테롤)의 분자 구조는 콜레스테롤과 매우 흡사하다. 콜레스테롤과 구조가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식물 스테롤은 장에서 콜레스테롤과 경쟁 흡수가 된다. 그 결과 콜레스테롤이 혈액으로 흡수되는 것을 늦추거나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으로 밝혀졌다. 식물 스테롤의 종류(sitostanol, sitosterol, stigmasterol, camposterol 등)는 다양하며, 그것들은 과일, 곡류, 콩, 옥수수에도 포함되어 있다. 당연히 식물성 기름에 들어 있다. 한편 소나무 펄프를 만들 때 생성되는 부산물인 톨유(tall oil)에도 식물 스테롤이 들어 있다. 톨유는 액체 송진의 일종으로 소나무 혹은 잣나무에서 나오는 누런 빛의 끈끈한 액체를 말한다. 식물 스테롤의 영문 이름이 ol 로 끝나는 것은 알코올 기(-OH)가 포함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물 혹은 기름에 잘 녹지 않고 알코올에 녹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식물 스테롤의 알코올 기와 지방(산)의 카르복실 기를 반응시켜 에스테르 형태로 변형시키면 마가린에 비교적 쉽게 첨가할 수 있다. 매일 2g 정도의 식물 스테롤을 먹으면 혈중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8-13% 정도 낮춘다는 의학자료도 보고된 바 있다. 또한 그것을 꾸준히 섭취하면 저밀도 지질 단백질(일명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춘다는 결과도 있다. 혈관이나 심장계통의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로 주목을 받고 있는 나쁜 콜레스테롤 혹은 중성지방의 혈중 농도가 높으면 중풍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의 발생 빈도가 높다는 것이 의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그러므로 그런 종류의 질병을 예방하려면 총 콜레스테롤 농도는 물론 나쁜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의 농도를 면밀히 검토하고, 농도를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요즈음에는 다양한 마가린이 판매된다.
풍요로움을 누리는 현대인들은 마가린을 놓고도 선택을 할 수 있다. 고체 마가린, 액체 마가린, 버터, 기능성을 갖춘 마가린, 저지방 마가린이 그것이다. 이미 먹을 것이 너무 많아 생긴 고민과 병이다. 가난했던 우리의 조상들은 현대인의 음식 사치가 이미 도를 한참 넘어섰다고 말할 것 같다. 적절하게 먹는다면 어떤 종류의 마가린을 먹어도 문제가 없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