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soil)은 '지면(solum)'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토양은 암석의 풍화물이 물리·화학·생물학적인 작용으로 형성되는 것으로, 인간 및 동식물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는 매우 중요한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즉 토양은 생태계의 지지기반이자 생물의 서식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토양에 인위적 오염물질이 유입되어 본질이 악화됨으로써 원래의 기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를 토양오염이라고 한다.
한 번 오염된 토양, 다시 살리기 쉽지 않아
토양오염은 대기오염에 기인한 산성비가 토양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고, 또 토양오염 자체가 농산물 등의 식품이나 먹는물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즉, 다른 환경오염에 비해 매우 복잡하다. 게다가 일단 토양이 오염되면, 오염된 토양을 다시 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매우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복원방법도 어려울 뿐 만 아니라 비용도 매우 많이 소요된다.
토양오염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일반 가정에서 버리는 생활쓰레기나 유원지에 놀러갔다가 두고 온 각종 쓰레기가 토양오염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인근의 주유소에서 누출된 휘발유 또는 경유도 토양오염의 원인이 된다. 농촌에서 사용하는 각종 비료나 살충제, 제초제 등과 같은 농약과 해당 농약이 들어 있던 폐비닐이나 폐병 등도 토양오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축산시설에서 발생하는 각종 동물의 분뇨는 주변 산지나 농지에 살포됨으로써 주변 토양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밖에 매립된 폐기물의 분해과정에서 발생하는 침출수로 인한 토양오염이 있을 수 있고, 대기 중에 있는 각종 유해 오염물질의 강하에 의한 토양오염도 있을 수 있다.
토양환경보전법에 토양오염물질로 명시하고 있는 것으로는 카드뮴, 구리, 비소, 수은, 아연, 니켈 및 그 화합물 등의 중금속 7종, 6가크롬화합물, 불소화합물, 유기인화합물, 폴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 시안화합물, 페놀류, 유류, 유기용제류 등이 있다.
먹는물의 공급원은 크게 지표수와 지하수로 구분할 수 있다. 팔당상수원과 같은 지표수로부터 공급받는 경우도 있고, 깊은 산지의 경우 간이상수도의 형태로 주민들에게 공급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모두 지표수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다양한 제품 형태의 판매용 먹는샘물은 대부분 지하수로부터 공급받기도 한다. 또 산에서 흘러나오는 약수터의 약수도 지하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토양이 오염되면 인근의 지표수와 지하수를 오염시키게 되고 이는 다시 인간의 건강에 피해를 주게 된다. 만일 중금속류나 잔류성이 강한 유기염소계 농약이 토양 속에 잔류하면서 지표수나 지하수를 오염시키게 된다면, 이 오염된 물과 함께 중금속이나 농약이 식물에 흡수되게 되고, 이는 그 식물 자체의 성장을 저해함으로써 생산성을 떨어뜨리게도 하지만, 그 식물을 먹은 사람의 건강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토양오염으로 인한 먹는물 오염, 인체에 주로 만성적 영향 끼쳐
토양오염에 기인한 먹는물 오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주로 만성적으로 나타나는데, 그 건강영향의 결과는 오염 물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카드뮴으로 오염된 농작물과 식수를 장기간 섭취하게 되면 신장기능장애, 골격계이상, 요통 및 보행곤란 등이 나타나며, PCB나 다이옥신 등으로 오염된 식수를 장기간 먹는 경우에는 임신부가 정신박약아를 출산하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다. 크롬은 피부점막을 자극하여 부종과 궤양 등 피부염을 일으키거나 위염을 일으키고, 비소는 만성중독일 경우 체중감소, 지각장해, 빈혈 및 피부청색화 등을 일으킨다. 또 납은 헤모글로빈의 생성을 방해하여 맥박증가, 안면창백, 중추와 말초신경장해 등을 유발한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토양오염은 매우 복합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이는 다시 식물이나 먹는물의 오염으로 연결된다. 또 그 영향 및 피해는 결국 먹이사슬의 최상단에 위치한 인간에게 고스란히 전이되게 된다. 토양을 복원하기 위해서 오염된 토양을 완전히 제거하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 새로운 토양을 가져오기도 하며, 세척하기도 하며, 토지개량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 화학적처리, 열적처리, 생물학적처리 등 각종 정화기술을 적용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오염된 토양을 복원하는 데에는 시간과 경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사전에 토양오염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사전 예방적 조치에 동참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가정에서는 폐약품 등 각종 생활폐기물의 발생을 감소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농촌에서는 각종 비료 및 농약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한편, 정해진 규정과 절차에 따라 농약 폐기물들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 대규모로 발생하는 토양오염이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도 나름대로의 제도를 만들고, 법률을 정비하여 이들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간다면 보다 살기 좋은 생활환경이 될 것 같다.
저자 : 조준호 교수(한양여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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