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 자연체험교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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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 nature experiential education |
■ 자연체험의 의미
자연체험은 참가자(학습자)가 자신의 몸, 즉 오감을 통해 자연과 접촉하는 과정을 가리킨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놀이나 노동이 자연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지만 산업화, 분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이러한 자연과의 접촉, 연결이 끊어지고 학교에서의 교육 역시 말과 글을 통한 추상적 경험이 확대되면서 자연체험의 중요성과 의미가 강조되고 있다.
■ 자연체험의 중요성
Sebba(1991)에 따르면 참가자의 성별, 나이, 특성, 환경을 막론하고, 96.5%의 응답자가 ‘어린 시절에 가장 중요한 환경은 야외(의 자연)’이라고 응답하였다. 자연환경의 중요한 특징은 통제할 수 없다는 것과 계속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통제할 수 없고 변화무쌍한 자극을 인식하고 이해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인지적, 정의적, 가치적 발달에 필요한 무수한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인공환경이 아무리 자극적이고, 잘 모사되고, 기술적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실재로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현실을 제공하더라도 자연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자연체험이 참가자의 집중력, 창의성, 문제해결력을 개선하고 그 결과 학업성취도를 향상시킨다는 보고는 많다. 또한 자존감, 행복감, 소속감을 높여주고 궁극적으로 자기발견, 자기이해, 자기실현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보고 역시 많다.
■ 발달단계와 자연체험
어린 시절에 ‘나의 장소’에 뿌리 내리는 경험을 한다는 것은 심리발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Coles, 1971).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운동장 없는 학교 계획은 어딘가에 운동장을 만든다고 해서 채워질 수 없는 중요한 발달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될 수도 있음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재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신분석가인 Searles(1959)는 이미 거의 반세기 전에 ‘인간 이외의 환경이 인간의 심리적 실존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한 바 있다.
대체로 유년기에는 거주지역 근처에서의 친근하고 일상적인 자연체험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면,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흔히 만나기 어렵고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원시자연과의 접촉을 통해 다양한 발달의 기회를 많이 얻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계에 따라 발달하는 인지적, 정의적, 가치적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학교에 숲이나 텃밭을 조성하여 유소년층의 아이들에게 일상적인 자연체험의 기회를 확대하는 일은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청소년기에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하여 환경캠프나 자연답사에 참여하는 활동 역시 꼭 필요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 자연체험의 유형
Kahn & Kellert(2007)는 체험의 대상과 특성을 바탕으로 자연체험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o 직접적 자연체험: 직접적 자연체험이란 사람에 의해 조성, 통제, 관리되지 않는 자연적 환경이나 인간이외의 생물과 실질적으로 물리적 접촉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자연적 환경은 인간의 간섭 또는 통제로부터 벗어나 자연의 원리에 따라 작동하는 체계를 말한다.
아이들이 갖게 되는 자연과의 직접적 체험은 주로 우발적이고 계획되지 않은 방식으로 일어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인근 숲이나 공원에서 뛰어놀면서 갖게 되는 체험은 직접적 체험에 해당한다. 이 때 인공 구조물이나 인간의 통제가 부분적으로 포함되는 경우도 있으나 주된 부분은 인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환경에서 일어난다.
o 간접적 자연체험: 간접적 자연체험이란 실질적인 물리적 접촉이 일어나지만 직접적 접촉에 비해 제한적이고 계획되고 관리된 맥락 속에서 갖게 되는 체험을 말한다. 이때의 자연은 사실상 인간 활동에 의해 규제되고 한정된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동물원, 식물원, 수족관, 자연사박물관 등에서 만나는 동식물이나 자연 요소들을 포함한다. 또 다른 예로는 집에서 기르는 가축이나 애완동물을 들 수 있다. 아주 깊은 계곡의 맑은 물에서 사는 물고기라고 하더라도 집에서 수족관에 넣어지면 그 때 물고기와의 접촉은 간접적 체험이 된다.
o 상징적 자연체험: 상징적 자연체험은 자연과의 실질적인 물리적 접촉이 없이 일어난다. 이때 아이들은 자연의 재현(representation)이나 묘사를 경험하게 되고, 이러한 경험은 대부분 상징적이고 은유적이며 어떤 표준화된 특성들이기 쉽다.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상징적 체험 주로 텔레비전, 영화, 인터넷, 사진과 같은 대중매체의 혁신적인 의사소통 기술을 통해 전해진다. 동굴의 벽화에 등장하는 동물들처럼 자연에 대한 상징적 체험의 역사는 아주 오래된 것이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상징적 체험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자연체험의 결핍
현대 사회는 아이들에게 자연과 접촉할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가? 우리는 일상적 관찰을 통해 아이들의 자연 접촉이 점차 적어지고 파편화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Pyle(1993)은 이러한 자연과의 단절을 ‘체험의 종말(the extinction of experience)'이라고 불렀다.
증가하는 서식지의 파괴, 생물의 멸종, 환경 파괴, 도시의 확장, 아파트 위주의 거주문화, 인구의 증가 등 최근의 경향들은 아이들로부터 자연체험의 기회를 빼앗아가는 방향으로 몰려있다. 외래종의 침입과 확산은 토종 생물을 만나볼 기회를 줄여가고 있다. 개인 교통수단의 발달, 컴퓨터 게임을 비롯한 실내 여가 활동의 증가, 핵가족 제도, 공동체성의 위축도 아이들의 자연체험 기회를 줄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루브(2016, 2017)는 자연결핍장애(Nature Deficit Disorder)라는 개념을 제안하면서, 아이들이 일상적이고 직접적인 자연체험의 기회를 잃어가면서 과잉행동집중력장애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아이들에게 있어 자연체험의 총체적 효과에 대한 가장 압축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 사회의 간접적 또는 상징적 자연체험이 직접적 자연체험의 결핍을 보충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기대가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텔레비전이나 영화 등을 통해서는 자연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경험하게 되는 즉각적인 놀라움, 흥분, 설레임 등을 느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동물원이나 자연사박물관의 전시기법이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고 다양해지고 있지만 이런 공간에서의 체험은 아이들의 발달이나 성격형성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간접적 자연체험은 전형적으로 간헐적이고 수동적이며 흥미를 위주로 구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자연이 아니라 드물고 별난 것들이다.
자연적인 곳으로의 여행과 탐사 프로그램 참여는 아이들의 발달에 놀라울 정도의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몇 가지 제한적인 요소들이 있다. 먼저,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둘째, 이러한 특별하고 드문 체험이 일상적이고 친숙한 자연과의 직접적 체험의 결여에서 나타나는 부족분을 얼마나 채워줄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 셋째, 자연탐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그로 인해 발달의 기회를 얻는 것은 대체로 나이가 좀 든 청소년들에게나 유효한 것이다. 넷째, 이러한 프로그램에 포함된 활동들은 아이들이 살고 있는 실재 세계와 동떨어진 것들이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프로그램에서의 경험이 끝나고 돌아오면 일상적 삶과 별다른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 유사 개념 비교 설명
자연체험과 자주 혼용되는 용어 중에 현장체험이라는 말이 있다. 현장이란 어떤 사물이나 사건이 존재하는 실재 세계를 말하며 마을, 농장, 정부기관 등 다양할 수 있다. 현장 체험이란 학습자가 영상이나 글과 같은 중간 매개물 없이 실재 세계를 직접적으로 오감을 통해 체험하는 것을 말한다. 현장체험의 대상이 자연일 경우 자연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 용례
유아기나 아동기에 자연체험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청소년기에 자기 자신과 자연 또는 환경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정립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일상적인 자연체험교육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모든 학교에 숲, 텃밭, 연못과 같은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 참고문헌
Coles, R. (1971) A Domain of Sorts, In S. Kaplan & R. Kaplan, eds., Humanscape, North Scituate, Mass.: 여튜ㅕ교.
Kahn Jr., Peter H. (2001) The Human Relationship with Nature: Development and Culture, MIT Press.
Kahn, Peter H. & Kellert, Stephen R. (Editor) (2002) Children and Nature: Psychological, Sociocultural, and Evolutionary Investigations, MIT Press.
Pyle, R. M. (1993) The Thunder Tree: Lessons from an Urban Wildland. Boston: Houghton Mifflin.
Searles, H.F. (1959). Oedipal Love in the Counter Transference. International Journal of Psychological Analysis., 40: 180-190.
Sebba, R. (1991) The Landscapes of Childhood: The Reflection of Childhood's Environment in Adult Memories and in Children's Attitudes, Environment and Behavior, 23(4), 395-422.
레이첼 카슨 지음, 김홍옥 옮김(2018) 잃어버린 숲 : Lost Woods - 레이첼 카슨 전집, 에코리브르.
리처드 루브 지음(2016)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 : 자연 결핍 장애를 극복하고 삶을 회복시키기 위하여, 목수책방.
리처드 루브 지음, 이종인 옮김(2017)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 즐거운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