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 환경윤리:인간중심주의,감각중심주의,생명중심주의,생태중심주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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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 environmental ethics:anthropocentrism,pathocentrism,biocentrism,ecocentrism |
■ 환경윤리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가치와 태도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환경윤리는 인간과 자연과의 올바른 관계에 대한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설명으로, 환경윤리학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가치 판단을 탐구하는 학문이다(DesJardins, 1997; 서규선·문종길, 2000; 진교훈, 1998).
환경윤리는 환경에 대한 윤리 규범의 근거가 되는 가치의 승인 범위에 따라 크게 인간중심적 윤리(anthropocentric ethics)와 생태중심적 윤리(ecocentric ethics) 또는 탈인간중심적 윤리(non-anthropocentric ethics)로 구분할 수 있다. 인간중심적 윤리는 인간만이 내재적 가치를 지닌 존재이며 도덕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라고 한다. 반면 생태중심적 윤리는 인간이 지닌 내재적 가치를 인간 이외의 자연적 존재에게 확장한 것으로, 자연적 존재를 도덕적으로 고려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생태중심적 윤리는 도덕적 지위를 부여하는 대상의 범위에 따라 감각(감정)중심주의(pathocentrism), 생명중심주의(biocentrism), 생태중심주의(ecocentrism)으로 구분할 수 있다.
■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
인간중심주의는 서양의 전통 철학 사상의 맥락에서 인간만이 내재적 가치(intrinsic value)를 지닌 도덕적 존재이며, 자연물은 인간의 필요와 만족을 위한 도구적 가치(instrumental value)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인간중심주의에서 환경 파괴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로 인해 인간이 피해를 보기 때문으로, 환경에 대한 인간의 책임은 간접적이다(DesJardins, 1997).
인간중심주의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미래 세대를 도덕적 고려 대상으로 포함한다. 미래 세대는 현 세대와 마찬가지로 건강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지만, 자연에 대한 현 세대의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현 세대는 미래 세대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의무를 지닌다.
인간만이 이성적이고 자율적이며 도덕적 주체라는 인간중심주의의 논거는 뇌사자, 유아, 치매 환자 등의 사례로 반박될 수 있다(Regan, 1983; 고정식, 2004 재인용). 또한 현재의 환경문제가 인간중심주의에서 출발하였으므로, 인간중심주의는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한면희, 1997).
■ 감각(감정)중심주의(Pathocentrism)
감각중심주의는 인간에게만 허용되었던 도덕적 지위를 동물에게까지 확장하여 적용한 것으로,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 역시 도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고, 자신의 이해 관심(interest)을 추구하는 존재로, 이처럼 감각을 지닌 유정성(有情性, sentience)의 존재는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것이다(Singer, 1995). 또 인간과 동물은 ‘삶의 주체’(subject-of-a-life)로서 내재적 가치를 지니며,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 또한 이런 맥락에 포함된다(Regan, 1983).
감각중심주의는 인간에게만 허용되었던 도덕적 가치를 동물까지 확장하였다는 의의를 지니지만, 인간중심주의를 단순히 동물에게 확대 적용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감각중심주의는 인간이 갖고 있는 여러 가지 특성 중에서 감각(감정)을 다른 생물에게 확대한 것에 불과하여, 포괄적인 환경윤리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닌다(DesJardins, 1997).
그러나 최근 스위스 정부가 고통을 느끼고 고통을 회피하려 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거의 확실해진 갑각류(바닷가재 등)까지 생명윤리의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이들에게 불가피하지 않은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사례에서 보듯이, 감각중심주의가 현실적인 환경윤리 또는 생명윤리의 발전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 생명중심주의(Biocentrism)
생명중심주의는 ‘생명’을 기준으로 도덕적 고려의 대상을 살아 있는 모든 존재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생명은 내재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경외해야 한다는 슈바이처(Schweitzer)의 ‘생명 경외 사상’(reverence for life)이 생명중심주의의 초기 이론이다.
모든 생명체는 ‘목적론적 생명 중심체’(teleological center of life)로, 각자의 방식으로 자체의 좋음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인간과 다른 생명체는 지구 공동체의 구성원이고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지니며, 인간이 다른 생명체에 비해 내재적으로 우월하지 않으므로 모든 생명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도덕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Taylor, 1986).
생명중심주의는 모든 개체의 생명을 존중하면 모든 생명체가 삶을 영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역설적인 한계를 가진다. 또한 생명중심주의는 종(種)이나 생태계와 같은 집합적 존재나 총체론적 존재를 도덕적으로 고려하지 못해 효과적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한면희, 1997).
■ 총체주의(hoilism) 또는 생태주의(ecocentrism)
총체주의(Holism) 또는 생태주의(ecocentrism)는 생명에서 더 나아가 생물종과 같은 집합적 자연이나 생태계와 같은 전체 자연에 도덕적 가치를 부여한다. 총체주의는 다른 환경윤리 이론에 비해 생태학 등의 과학적 이론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총체론의 대표적인 이론은 심층생태주의(deep ecology)이다. 심층생태주의는 인간을 넘어서 더 큰 자연으로 자신을 확장하는 ‘자기 실현’(Self realization)과, 모든 유기체는 전체 자연을 구성하는 평등한 구성원으로 평등한 내재적 가치를 지닌다는 ‘생명중심적 평등’(biocentric equality)을 강조한다(Naess, 1989; 한면희, 1997).
생명과 자연 전체에 대한 가치를 구분하여 유기체는 내재적 가치를, 생태계는 체계적 가치(systemic value)를 지닌다고 보기도 하며(Rolston, 1988; 고정식, 2004 재인용), 자연은 에너지가 흐르고 유지되는 장(場)으로서 ‘온가치’를 지닌다는 주장도 있다(한면희, 1997). 이처럼 생명을 넘어서 자연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자연 역시 도덕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인간은 자연에 대해 윤리적 책임과 의무를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총체주의는 전통적 윤리와 다른 새로운 윤리 또는 도덕적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볼 수 있다. 또 전체와 관계, 상호 의존 등의 생태학적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접근하는 윤리이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정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논증되기보다 새로운 윤리를 암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황경식, 2008).
■ 유사 개념 비교 설명
생태중심적 윤리는 도덕적 고려의 대상을 인간 이외의 자연적 존재까지 확대함으로써 생태중심주의라고도 불리며, 기존의 전통적인 인간중심적 윤리에서 벗어났기에 탈인간중심적 윤리라고도 한다.
생태중심적 윤리는 인간 이외의 포괄적인 자연적 존재에게 도덕적 지위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총체론적 윤리의 성격을 지니지만(DesJardins, 1997), 대부분 넓은 의미에서 인간중심적 윤리와 반대의 개념인 탈인간중심적 윤리와 혼용하여 쓰인다. 본 사전에서 생태중심적 윤리는 인간중심적 윤리의 반대 개념인 탈인간중심적 윤리의 의미로 구분 없이 사용하였다. 따라서 환경윤리를 인간중심주의와 생태중심주의로 구분할 때의 생태중심주의와, 도덕적 고려 대상으로 인간, 동물, 생명 전체, 그리고 생태계까지 확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생태중심주의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 참고문헌
고정식(2004) 존 롤즈의 정의론과 환경윤리적 적용 가능성. 연세대학교대학원 박사학위논문.
서규선, 문종길(2000) 환경윤리와 환경윤리 교육. 고양: 인간사랑.
진교훈(1998) 환경윤리. 서울: 민음사.
한면희(1997) 환경윤리 : 자연의 가치와 인간의 의무. 서울: 철학과 현실사.
황경식(2008) 철학과 현실의 접점. 서울: 철학과현실사.
DesJardins, J. R. (1997) Environmental Ethics : an introduction to environmental philosophy. 김명식(역) (1999). 환경윤리의 이론과 전망. 서울: 자작나무.
Regan, T. (1983) The Case for Animal Rights. Berkeley: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Singer, P. (1995) Animal liberation(2nd ed). 김성한(역) (1999). 동물해방. 서울: 인간사랑.
Taylor, P. W. (1986) Respect for nature : a theory of environmental ethics. Princeton, N.J. : Princeton University Press.
머니투데이 뉴스(2018) 고통 느끼는 바닷가재…스위스 정부 "산 채로 끓는 물에 넣지마" 2018. 1. 12. http://news.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