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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황의 화학 - 카레의 강황이 몸에 좋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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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 2019-02-07 15:14:58 조회수 597

가정에서 손쉽게 할 수 있고, 먹기 편한 음식으로 카레라이스가 있다. 단순히 끓는 물에 카레 소스를 덥혀서 밥에 뿌려 먹을 수 있는 제품도 판매되고 있으니 그 보다 더 손쉬운 음식 준비는 없을 듯 하다. 우리가 먹는 카레에 흔히 들어가는 강황이 건강에 이롭다는 의학자료들이 최근에도 계속 발표되고 있어서 카레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이번에는 카레와 강황에 관련된 화학물질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가 먹는 카레에 많이 들어 있는 강황
인도의 전통음식들은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하여 요리를 한다는 특징이 있다. 그 중에는 영국에 소개되어 커리(curry)라고 부르는 인도의 요리는 다시 영국에서 일본으로 소개되면서 카레라 불리게 된다. 우리나라의 카레는 일본식 카레가 국내로 들어와 정착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처럼 보인다. 따라서 우리가 즐겨 먹는 카레는 다양한 향신료가 포함된 전통의 인도 카레와는 맛과 향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그것은 카레 분말 제품을 사용하여 만드는 한국과 일본식 카레 음식에는 향신료의 성분도 비교적 일정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하는 전통 인도 카레는 향신료의 종류와 양을 달리하기에 집집마다 맛이 독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우리의 전통 김치 맛이 지방마다 차이 나는 것과 같다.

우리가 흔히 먹는 분말 카레는 제품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겠지만, 약 20-30%의 강황이 들어 있다. 강황은 인도 남부 혹은 동남아시아에서 자라는 다년생 풀(Curcuma longa)의 뿌리 줄기를 수확하고, 말린 후에 고운 분말로 만든 것이다. 카레에는 향신료들이 많이 섞여 있기 때문에 강황 냄새가 곧 카레 냄새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카레의 노란색은 대체로 강황의 색에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가 먹는 강황 분말은 단무지, 아이스크림, 혹은 겨자소스와 같이 노란색 식품의 색을 내는 첨가제인 색소로 이용되기도 한다.


강황. 강황 풀의 뿌리줄기를 말려서 갈아 분말로 만든 것이다.

강황의 노란 색을 내는 분자. 커큐민
강황이 노란 색을 띠게 하는 분자는 커큐민(curcumin)이며, 이것이 바로 건강에 좋다는 물질이다. 식품 첨가물로 사용되는 노랑 색소(E100)의 주성분도 커큐민이다. 강황을 물에 녹이고 기름 용매를 사용하여 추출을 하면 지용성 커큐민을 따로 분리해 낼 수 있다. 그런 커큐민이 식품의 색을 낼 때에 이용되는 것이다. 강황 분말에서 커큐민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 정도 이다. 그런데 커큐민은 산성에서 노란색을, 염기성에서 빨간색을 띠는 분자이므로 식품의 pH 환경에 따라 변색도 될 수 있다. pH에 따라 색이 변하는 성질은 그것이 지시약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또한 커큐민이 붕소(Boron) 화합물과 결합하여 빨간색의 복합체(complex)를 형성하는 것을 이용하여 매우 적은 양의 붕소을 분석하는데 이용하기도 한다.


커큐민의 분자구조. 커큐민은 두가지 분자구조가 섞여 있다. 위는 에놀 형, 아래는 케토 형이라 부른다.

커큐민에는 진통 작용과 암세포 억제 효과가 있다

강황은 인도의 민간요법에서 약재로 많이 이용된다. 결혼을 앞둔 신부들이 얼굴에 바르기도 한다.

강황은 전통적인 인도의 민간요법(아유르베다 의술 Ayurvedic medicine, 힌두 전통 의술)에서 약으로 널리 애용되었다. 강황이 약으로 이용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커큐민을 함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커큐민은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을 생성하는 효소(cyclooxygenase-2, 보통 COX-2라 부른다.)의 활성을 억제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염증 물질을 생성하는 효소의 기능을 방해(혹은 억제)하여 프라스타글란딘의 생성을 막아준다. 다시 말해서 커큐민이 염증 원인 물질을 직접 제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특성의 커큐민은 흔히 사용되는 진통제, 아스피린, 이부프로펜, 타이레놀의 기능과 유사하다. 이런 종류의 진통제들도 커큐민이 활성을 억제하는 동일한 효소(COX-2)의 활성을 막거나 억제함으로써 통증 원인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막아주는 것이다. 프로스타글란딘이 과량으로 체내에 형성되면 두통을 비롯하여 각종 통증이 느껴진다. 아스피린을 비롯한 진통제들은 프로스타글란딘을 생성하는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여 더 이상의 프로스타글란딘이 생성되지 않게 한다. 따라서 시간이 흐르면서 이미 생성되어 있던 프로스타글란딘의 농도가 감소하므로 통증이 사라지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커큐민은 제조된 약은 아니지만 마치 약을 복용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약 효과를 낼 수 있는 물질이므로 약의 직접 복용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부작용도 일부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음식과 약과 같은 근원(食藥同源)이라는 격언에 꼭 들어 맞는 경우이다.

한편 커큐민은 건강한 세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암세포의 증식 방지, 특정한 암 세포의 자살을 유도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유방 암, 전립선 암, 폐 암, 대장 암의 세포 생성을 억제한다는 것이 동물의 실험결과로 알려졌다. 그것은 커큐민이 세포에 존재하는 단백질 복합체(NF-kB)가 활성화 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복합체(NF-kB)는 핵산(DNA)의 전사를 조절할 수 있고,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염증 분자의 형성과 감염된 세포의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복합체가 부정확하게 활성화 되면 면역체계는 물론 염증 유발, 암의 발생까지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복합체(NF-kB)의 활성을 커큐민이 잠재우는 것으로 항암 효과를 보는 것이다.

커큐민은 치매 예방에도 좋다
커큐민이 치매를 일으킨다고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amyloid)의 형성을 방지하는 것이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치매 환자의 뇌에는 아밀로이드 섬유질이 보통 사람의 뇌보다 훨씬 많이 발달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비록 동물 실험 결과이지만 커큐민이 포함된 먹이를 섭취한 쥐의 뇌는 아밀로이드의 형성이 억제되는 것이 관찰된 것이었다. 또한 커큐민이 포함된 먹이를 섭취한 쥐는 미로를 찾는 능력이 일반 쥐에 비해 뛰어 났다는 것도 관찰되었다. 인간에게는 얼마나 효과를 나타낼 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겠지만 단기 기억에 문제가 있다고 걱정되는 사람들은 꾸준히 카레를 섭취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인도인들의 치매 환자의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래 없이 낮은 이유도 인도인들의 카레 사랑으로부터 나온 것이라 해석하는 학자들도 있으니 말이다. 카레를 먹을 때 커큐민의 흡수율을 높이려면 카레에 검은 후추 가루를 반드시 뿌려서 함께 먹으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커큐민의 흡수률이 후추의 성분 때문에 약 20배(2000%) 이상 증가한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인도의 시장. 각종 향신료들이 가득하다. 인도인들의 치매 환자의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래 없이 낮은 이유도 인도인들의 카레 사랑으로부터 나온 것이라 해석하는 학자들도 있다. <출처: 토픽이미지>

커큐민의 흡수를 돕는 분자는 말린 후추 열매에 약 5% 포함된 피페린(piperine)이라는 분자이다. 검은 후추가루의 톡 쏘는 맛 역시 피페린의 분자 특성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피페린은 커큐민을 비롯한 생리활성 분자의 생체 이용률(bioavailability)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것은 피페린이 간 혹은 작은 창자에서 글루크론산화(glucuronidation)의 억제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단 몸으로 들어온 모든 화학물질(약, 음식에 포함된 분자)들은 글루크론산화 과정을 거쳐서 간에서 분해도 되고, 수용성 복합체로 변하여 체외로 배출도 된다. 그런데 피페린으로 인해서 글루크론산화가 억제된 분자들은 그만큼 대사가 느려지고, 체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따라서 효능이 있는 분자들이 혈액을 돌아다니면서 필요한 곳에서 더 많이 이용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카레를 먹은 후에 혈액의 커큐민 농도 변화를 측정한 연구결과에서 밝혀진 것이다. 후추(피페린)와 함께 카레를 먹은 사람의 혈액 내 커큐민의 농도가 후추 없이 카레를 먹은 사람의 혈액 내의 커큐민 농도보다 훨씬 높게 측정이 된 것이었다.

진한 색을 띠는 채소와 과일은 몸에 좋다
인도의 대부분 음식에는 다양하게 배합된 향신료가 들어간다. 이중 강황도 흔히 포함되는 대표적인 향신료 중 하나다. 우리 눈에 인도 전통 요리가 거의 다 카레처럼 보이는 까닭이다. 인도인들의 유방암과 전립선 암의 발병률이 서구인의 발병률에 비해 약 12%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낮은 발병률의 원인을 모두 커큐민 덕분이라고 지목할 수는 없겠지만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 생각된다. 식품전문가와 의학자들 사이에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고 공통으로 의견 일치를 보는 먹거리가 있다. 그것은 진한 색을 띠는 식용 채소와 과일이다. 강황도 그 중 하나다. 물론 강황만 먹는다고 건강해진다는 말은 아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먹는 것, 적당한 양을 먹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매일 운동을 하는 것은 나이가 많을수록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