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 | 기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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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 | 2018-11-08 14:26:01 | 조회수 | 14,618 |
옷감을 덜 상하게 하는 세탁방법
집안 일이 여자의 전유물이었던 예전에는 가장 힘든 집안일 중의 하나가 빨래였을 것이다. 한 겨울에도 많은 식구들의 빨랫감은 어김없이 쌓이지만 더운 물도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거의 모든 가정에 세탁기가 있는 지금에 와서는 그야말로 옛날 얘기일 뿐이다. 게다가 원한다면 세탁소에 맡겨 건조와 다림질까지 끝낸 옷을 집안에서 편히 받아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전문 세탁소의 세탁이 가정에서 하는 세탁과 가장 다른 점은 물빨래가 아니라 대개 드라이클리닝으로 세탁을 한다는 것이다. ‘드라이’는 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물빨래에 대비되는 말이다. 물빨래가 물과 세제를 사용한다면 드라이클리닝은 드라이클리닝 용제와 드라이클리닝 세제를 사용한다.
의류의 세탁은 몸에서 나오는 분비물, 공기 중의 각종 먼지, 음식물, 색소 등에 의한 오염을 없애는 것이다. 물로만 빨아도 많은 오염은 없앨 수 있는데 이러한 오염은 물에 잘 녹을 수 있기 때문에 물로 없앨 수 있는 수용성 물질들이다. 물은 산소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둘로 이루어진 굽은 형태의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산소 원자는 수소 원자보다 전자를 끌어당기는 능력이 크다. 음전하를 띠고 있는 전자가 산소 원자 쪽으로 치우쳐 있고 이러한 산소 원자는 음전하를 띠고 수소 원자는 양전하를 띤다.
이러한 전하의 분리가 분자의 구조상 상쇄되어 없어지지 않으므로 물 분자는 전체로 볼 때 큰 이중극자 모멘트 1)를 갖는다. 이러한 분자를 극성 분자라고 한다. 전하의 분리가 분자의 구조상 상쇄되어 없어지거나, 전자를 끌어당기는 능력의 차이가 거의 없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는 분자는 분자 전체로 볼 때 전하를 띠지 않게 되므로 무극성 분자라 한다.
그런데 극성 물질은 극성 용매에 잘 녹고 무극성 물질은 무극성 용매에 잘 녹는다. 우리 주위의 물질 중 극성을 띠고 있는 물질이 많으므로 물은 많은 물질을 잘 녹일 수 있는 좋은 용매가 된다. 오염물질 또한 극성을 띠고 있다면 물에 잘 녹으므로 세탁이 가능하다. 물빨래를 할 때 무극성인 기름때를 제거하기 위해서 비누나 합성세제를 이용한다. 비누나 합성세제는 분자 안에 기다란 무극성 부분과 짧은 극성 부분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세탁할 때 비누의 무극성 부분이 기름, 유기고분자 등의 때를 둘러싸 물 속에서 미셀2) 이라는 구조로 분산되어 세탁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비누나 합성세제와 같이 물에 녹기 쉬운 극성 부분(친수성 부분)과 기름에 녹기 쉬운 무극성 부분(소수성 부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화합물을 계면활성제라고 한다.
드라이클리닝은 물 대신 드라이클리닝 용제를, 비누 대신 드라이클리닝 세제를 이용해서 세탁한다. 드라이클리닝 세제가 섞여있는 드라이클리닝 용제가 세탁조 안에 들어가 의류와 함께 회전하면서 세탁이 이루어진다. 극성이 없는 드라이클리닝 용제를 사용하므로 기름 성분의 오염 물질을 녹여 없앨 수 있고, 물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물로 세탁할 경우 물에 의한 섬유의 팽창으로 크기가 줄거나 모양이나 색이 변하기 쉬운 모, 견, 세탁 견뢰도가 낮은 염색물 등의 세탁에 유리하다. 또한 같은 부피의 물과 드라이클리닝 용제의 무게를 비교하면 물이 훨씬 무거우므로 드럼이 돌 때 세탁물이 떨어지면서 가해지는 힘이 물에 비해 매우 작기 때문에 의류의 변형이 적다.
드라이클리닝은 19세기 중반에 한 프랑스 인이 등유가 떨어진 테이블보가 깨끗하게 되는 것을 관찰한 것이 그 출발이 되었다. 초기에 드라이클리닝 용제로 사용한 것은 테레빈유, 벤젠, 나프타 등이었다.
이러한 용매는 인화성이 커 화재 또는 폭발의 위험성이 있고 사고도 잦았기 때문에 1928년에 이보다 인화성과 악취가 적은 스토다드용제가 개발되었다. 1930년대 중반에 ‘퍼크로’라고 불리는 퍼클로로에틸렌을 드라이클리닝 용제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퍼크로는 안전하고 불에 타지 않으며 동시에 강한 세척력을 가지고 있어 뛰어난 용제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퍼크로는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해 인체 발암 추정물질로 구분되어 있어 퍼클로로에틸렌을 사용하는 작업장의 노동자가 증기에 노출되어 중독된 사례가 보고되어 있기도 하다. 물빨래 후 사용한 물과 세제는 버리지만 드라이클리닝에 사용한 용제는 필터를 거쳐 정화시켜 재사용하므로 용제가 오염되지 않도록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드라이클리닝 용제는 무극성이므로 땀이나 악취 등의 물과 친화력이 강한 수용성 오염은 제거할 수 없다. 수용성 오염을 없애고 세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보통 ‘드라이소프’라 하는 드라이클리닝 세제이다. 드라이클리닝 세제는 물에서 비누의 작용과 반대로 친수성 부분이 섬유와 오염물질을 향하고 소수성 부분이 용제 방향으로 배열되는 역(逆)미셀 3) 을 형성하여 오염물질을 제거하여 용제 내에 안정하게 분산된다. 물빨래에서 계면활성제가 하는 역할과 같다.
드라이클리닝의 탈용제 단계에서 빠른 속도로 세탁조를 회전시켜 빨랫감에 남아 있는 용제 를 제거한 후 건조를 시키지만 세탁소에서 받았을 때 특유의 냄새가 나는 것은 용제 성분이 남아서일 수 있으므로 며칠 간 걸어 놓아 냄새가 없어진 후 입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