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 | 기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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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 | 2017-09-14 13:50:37 | 조회수 | 302 |
우리네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소로 시금치가 있다. 시금치는 국, 샐러드, 나물에 흔히 사용된다. 한때 유행했던 만화의 주인공인
뽀빠이는 위기에 빠진 애인을 구할 때면 시금치를 한 움큼 집어서 입에 털어 넣는다. 그러면 뽀빠이의 팔뚝은 불끈 솟은 근육질로
변하며 다음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런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는 시금치가 슈퍼 식품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작가의
상상력과 식품회사의 광고 전략이 겹친 우연일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시금치에 관련된 화학을 생각해 본다.
▣ 시금치의 진한 초록색은
시금치의 초록색은 잎의 엽록체에 포함된 엽록소(클로로필, chlorophyll)라는 분자 때문이다. 엽록소 분자는 가시광선 영역에서
긴 파장(붉은색)과 짧은 파장(파란색) 영역의 빛을 흡수한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중간 파장의 빛은 반사하기 때문에 초록으로 보인다.
식물은 대부분이 잎과 줄기에 엽록소를 갖고 있다. 엽록소는 광합성을 통해 식물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분자이기 때문이다.
시금치에 있는 분자 중에는 제아잔틴(zeaxanthin)과 루테인(lutein)에 특히 관심이 간다. 순수한 제아잔틴과 루테인은 노란색을 띤다.
이것들은 450nm 영역을 중심으로 빛을 흡수하므로 시금치 잎이 초록색(550nm)으로 보이는 데 어느 정도는 기여할 것이다. 시금치
초록색의 진함과 옅음 정도는 빛의 흡수와 반사에 관여하는 분자들의 비율에 따라 약간씩 달라질 것이다.시금치는 비타민 C가 비교적
풍부하다고 알려진 채소다. 시금치나물을 만들려면 시금치를 살짝 데치는 정도로만 익힌다. 비타민 C를 비롯한 열에 약한 영양분의
파괴를 막기 위해서다. 또한 너무 오래 삶아버리면 색이 바래기도 한다. 그것은 엽록소 분자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마그네슘 이온이
빠져 나와서 분자의 흡수파장이 변하기 때문이다. 페오피틴(pheophytin)은 엽록소에서 마그네슘 이온이 빠진 분자로 옅은 갈색을 띤다.
시금치에 포함된 유기산 때문에 데치는 물이 약산성이 되면 마그네슘 이온이 더 잘 빠져나올 수 있다. 시금치를 데칠 때 용기 뚜껑을
열어 놓고 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시금치의 유기산이 쉽게 증발해버리면 시금치 색의 변화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양의 물에 데친다면, 산의 농도를 낮추기 때문에 역시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간단한 화학반응을 이용해도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즉 소량의 탄산수소나트륨(NaHCO3; 중조)을 데치는 물에 첨가하는 것이다. 중조가 녹은 물은 약염기성이기에 데치는
물의 pH가 유기산으로 인해 약산성이 되는 것을 막아준다. 약염기성인 탄산수소나트륨과 약산인 유기산이 반응하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그 결과 물이 산성으로 되는 것을 피할 수 있고, 엽록소에서 마그네슘 이온이 빠져나오는 것을 어느 정도는 억제할 수 있기
하겠지만, 분해되어 생성되는 탄산이온은 역시 물을
약염기성으로 만들 수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 잘못 데쳐서 누렇게 색이 바랜 시금치 나물에는 왠지 젓가락이 자주 갈 것 같지 않다.
▣ 눈 건강과 시금치 성분
시금치에 있는 제아잔틴과 루테인은 카로티노이드의 일종으로, 시력 감퇴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카로티노이드는
약 600여 종류가 있다. 카로티노이드 분자는 크게 산소를 포함한 것과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구분된다. 제아잔틴과 루테인은 산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베타카로틴과 라이코펜은 산소를 포함하지 않는 카로티노이드다. 두 종류 모두 항산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분자다.
제아잔틴과 루테인은 녹황색 채소의 으뜸이라고 알려진 케일(Kale)에 가장 풍부하게 들어 있고, 그다음으로 시금치에 많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망막의 중심에 있는 황반(macular)에는 제아잔틴과 루테인이 2:1의 비율로 들어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황반은 망막에서 빛이 맺히는 부위다. 황반을 구성하는 화학물질이 많이 들어 있는 시금치를 섭취하는 것은 눈 건강에 이로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들 분자는 파란색 혹은 근자외선 파장의 빛을 흡수하므로 눈에 직접 피해를 주는 광선의 일부를 막아 눈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 시금치에 포함된 철(Fe) 성분은
시금치 하면 연상되는 화학물질로 철이 있다. 앞서 잠깐 설명한 뽀빠이 만화의 광고 효과는 대단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역사적으로
잘못 알려진 면이 있다. 그런 인식의 오류는 2가지 실수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한 가지 실수는 마른 시금치의 분석 자료를
마치 신선한 시금치의 분석에서 얻을 수 있는 양 해석한 것이다. 같은 무게라면 의심할 바 없이 마른 분말에 더 많은 양의 철이
포함될 것이다. 또 다른 하나의 실수는 마른 시금치의 분석 자료를 정리하면서 철 함량의 측정값에 소수점을 잘못 찍어 본래의 철
함량보다 10배 이상 많은 엉터리 결과가 널리 퍼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잘못 측정된 자료가 계속 인용되며 무려 70여 년을 지나오면서,
시금치는 철이 풍부한 채소로 인식이 되는 결과를 낳았다. 일반적으로 과일과 채소에는 다양한 종류의 유기산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유기산은 식품에 포함된 무기 금속 이온과 잘 결합한다. 시금치에는 철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금속 이온이 들어 있다. 금속
이온은 단독으로 존재하기보다는 유기산과 결합한 형태로 있기 마련이다. 토양 성분에 따라 금속 이온의 양이 조금씩 차이는 나겠지만,
워낙 작은 양이기에 토양이 그렇게 문제가 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분석자료에 나타난 철은 유기산과 결합한 철 이온과
함께 그렇지 않은 철 이온까지 포함된 것이 일반적이다. 가급적 우리 몸에서 이용 가능한 철 이온이 많을수록 좋겠지만, 그것은 자료에
나타낸 시금치의 철 이온의 총량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철의 함량이 높다 하더라도 대사에 이용할 수 있는 분자의 형태가 아니면
이용 효율은 훨씬 떨어질 것이다. 시금치에는 옥살산 이온을 비롯한 여러 유기산과 유기산 이온이 많이 들어 있다. 옥살산 이온은 철 이온을
비롯한 금속 이온과 쉽게 결합할 수 있다. 그래서 옥살산 이온과 단단하게 결합한 철 이온이 몸속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용이 될 수
있는지를 밝히는 일은 쉽지 않다. 시금치를 비롯한 십자화과 식물들은 옥살산 이온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옥살산 이온과 칼슘 이온이
결합하여 형성되는 옥살산 칼슘은 콩팥 혹은 요로에서 발견되는 돌의 주요 성분이다. 그러므로 옥살산 및 옥살산 이온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시금치를 비롯한 채소를 지속적으로 많이 먹을 경우에는 돌이 형성될 가능성이 커진다. 작은 크기의 옥살산 칼슘은 소변을 통해
저절로 빠지기도 하지만, 클 경우에는 초음파 분쇄 혹은 수술을 통해 제거하기도 한다. 콩팥과 요로에서 발견되는 돌이다.
옥살산 이온이 칼슘 이온과 결합하여 만들어진 옥살산 칼슘이 주성분이다.
만일 혈액에 옥살산 및 옥살산 이온의 농도가 급격하게 증가하면 혈액의 칼슘이온 농도가 현저하게 낮아진다. 칼슘 이온 역시 옥살산
이온과 잘 결합하기 때문이다. 칼슘 이온의 농도가 정상 이하로 떨어지면 신경 전달 신호 이상, 근육 수축 이상이 나타난다. 오죽하면
우리 몸은 칼슘 이온이 부족하면 뼈를 녹여서라도 칼슘 이온이 보충될 수 있게 되어 있을까 심장 정지의 원인 중 하나로 칼슘 이온
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꼽기도 한다. 한편 부동액으로 사용되는 에틸렌글리콜은 단맛이 나는 분자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에서
새어 나온 혹은 차고에서 흘린 부동액을 핥아먹고 죽은 개나 고양이의 뉴스나, 부동액을 파란색 음료로 착각해서 마시고 응급실로
실려 간 어린이의 뉴스 모두 옥살산 독성으로 인한 것이다. 체내로 흡수된 에틸렌글리콜은 옥살산으로 산화되고, 과량의 옥살산은
대사 이상을 일으켜 동물 혹은 인간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다.
또한 인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과량 흡수된 비타민 C의 일부는 체내에서 옥살산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항산화제로 잘 알려진
비타민 C를정도 이상으로 섭취한 사람은 간혹 신장결석이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비타민 C를 너무 많이 섭취해서 화장실에
자주 가는 불편을 겪을 정도라면 또 다른 불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는 것이 좋다. 무슨 화학물질이든지 아무리 좋다 해도
정량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화학물질의 사용에는 항상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과유불급)’는 격언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 만약에
뽀빠이 작가가 정확한 시금치 분석 자료를 보았다면 우리의 만화 주인공 뽀빠이는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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