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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자 | 2018-12-10 14:48:11 | 조회수 | 668 |
동물의 젖은 식품 기준에 맞추어 가공되어 식탁에 올라오고, 분유, 치즈, 버터 같은 유제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우유에는 영양분이 골고루 들어 있고 물처럼 쉽게 마실 수 있어서 어린이와 노약자에게 좋은 음식이 될 수 있다. 이번에는 우유에 관련된 화학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유의 색과 성분
모유를 비롯한 우유 빛은 뽀얀 흰색이다. 그것은 우유에 포함된 지방과 단백질로 형성된 입자들이 빛의 산란 및 굴절을 일으켜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지방을 완전히 제거한다 해도 여전히 비슷한 색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남아 있는 단백질 및 기타 영양분들로 인한 빛의 산란이 되어서 그렇다. 혹시 눈이 조금 더 좋은 사람들은 우유의 옅은 푸른색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은 짧은 파장의 파란색이 긴 파장의 빨간색보다 더 많이 산란되기 때문이다. 우유에는 지방에 혹은 물에 녹는 탄수화물, 비타민도 있으며, 칼슘을 비롯한 미네랄도 있다. 미네랄의 대부분은 단백질과 결합된 형태이다. 공급원에 따라 차이가 약간은 있겠지만, 우유는 물이 약 87 퍼센트, 유당(lactose)이 약 5 퍼센트, 지방이 약 4 퍼센트, 단백질 약 4 퍼센트 미만, 비타민과 미네랄이 약 1 퍼센트 미만이다. 우유의 고소한 맛은 지방에서, 달콤한 맛은 유당에서 나온 것이다. 우유 지방은 중성지방(triglyceride)이 많으며, 동물(소, 염소, 낙타)에 따라 그 비율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혈액 검사에서 중성지방의 농도는 고지혈증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치(200 mg/dL 이상)의 하나로 사용된다. 고지혈증 판정을 받은 사람들의 혈액 내의 중성지방 농도가 높아진 이유에는 대사 이상 등 여러 경로가 있겠지만, 우선 섭취를 제한 하는 것도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유당(lactose)
유당(혹은 젖당)은 우유에 포함된 설탕이다. 유당도 설탕(sucrose)과 마찬가지로 이당(disaccharide)이다. 이당은 단당 2개가 결합된 것이며, 유당은 단당인 갈락토오스와 포도당이 결합된 것이다. 설탕(포도당과 과당이 결합된 이당) 및 맥아당(maltose: 포도당 2개가 결합된 이당)도 모두 유당처럼 이당이다. 한편 유당의 소화 효소 락타아제(lactase)는 소장에서 생산되며, 유당을 갈락토오스와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소화효소가 없거나 혹은 많이 부족한 사람들은 우유를 마시고 나면 배가 더부룩하고 불편하다. 어릴 때는 모유 혹은 우유 소화에 아무 불편이 없었던 사람들이라도 나이가 들면서 락타아제의 분비가 거의 안되어 불편을 겪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욱 그런 경향이 높은 편이다. 심할 경우에는 우유로 만든 피자(치즈 포함), 과자, 아이스크림만 먹어도 불편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량의 유당이 포함된 음식을 소화시키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카제인의 특징과 마이셀
우유 단백질 중에서 거의 80 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이 카제인(casein)이다. 카제인은 모유에도 상당량 포함되어 있다. 치즈에 카제인이 풍부한 것도 우유로 치즈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카제인 단백질의 특이한 점은 이황화 결합이 없다는 것이다. 이황화 결합이란 황 원자 2개가 서로 연결된 결합을 말한다. 보통 작은 크기의 단백질들이 서로 결합되어 보다 큰 크기의 단백질을 만드는데 이황화 결합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단백질에 황이 포함된 아미노산인 시스테인 혹은 시스틴이 포함되어 있다면 이황화 결합의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예를 들어 51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인슐린 단백질은 3개의 이황화 결합이 있고, 보톡스 단백질 역시 단백질 2개가 서로 이황화 결합으로 묶여 있다. 한편 카제인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에서 가장 풍부한 것이 프롤린(proline)이다. 프롤린(proline)은 필수 아미노산이 아니다. 그러므로 공급이 안 되어도 몸에서 자체 생산이 된다. 우리 몸에 있는 효소는 MSG(monosodium glutamate)를 원료로 프롤린을 생산해 내는 것이다. 하도 많이 들어서 귀에 익은 MSG는 아미노산인 글루탐산의 2개 카복실기(-COO-H+)중에서 한 개가 소듐이온(-COO-Na+)으로 치환된 분자이다.
한편 물에 녹지 않은 카제인 단백질은 마이셀 모양을 띠고 우유에 분산되어 있다. 마이셀(micelle)은 여러 개의 분자들이 구형으로 뭉쳐진 형태를 말한다. 마이셀이 형성되는 조건은 농도, 온도, pH, 다른 이온의 농도에 따라 변한다. 계면활성제 분자는 물론 단백질 분자들도 농도가 일정한 수준(임계점)이상이 되면 마이셀을 형성한다. 대부분이 물인 우유에서는 카제인 마이셀의 겉면이 친수성 성질을 띠어야 안정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물에서 마이셀 형성은 분자의 소수성 부분끼리 상호작용 결과이다. 그러나 카제인 마이셀은 소수성 상호작용과 함께 카제인이 품고 있는 양이온(칼슘 이온, 각종 미네랄 이온)과 음이온(인산이온)의 정전기적 상호작용이 더해진다. 그러므로 카제인 마이셀은 계면활성제의 마이셀보다 더 견고해 보인다. 특히 카제인이 품고 있는 미네랄 중에서도 칼슘이온과 인산이온은 뼈 형성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화학 성분이다. 젖으로 어린 새끼를 키우는 포유 동물들에게 젖은 새끼들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영양분을 쉽게 공급해주는 수단인 셈이다. 자연 선택에는 늘 비밀이 있게 마련인가 보다.
우유에 식초 혹은 레몬을 첨가하여 우유의 pH가 낮아지면 침전물이 형성된다. 치즈를 생산할 때는 젖산균을 첨가하여 침전물을 만든다. 젖산균은 우유 속의 유당을 젖산으로 변환시켜 주므로 우유의 pH를 낮추게 되고 그것 때문에 침전물이 형성된다. 한편 아미노산의 분자구조는 독특해서 분자가 있는 주변 환경의 pH 조건에 따라 분자 전체의 전하가 중성, 플러스 혹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주피터 이온 형태이다. 수 많은 아미노산 분자로 구성된 단백질 분자 역시 주변 환경의 pH에 따라 단백질 전체의 전하가 중성, 플러스, 혹은 마이너스를 띨 수 있다. 그런데 특정한 pH에서는 어떤 분자(단백질 역시 마찬가지)는 플러스 혹은 마이너스 전하가 완전히 동등하기 때문에 마치 중성 분자처럼 행동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분자의 겉보기 전하가 중성이므로 분자를 포함한 용액에 전기장을 걸어준다 해도 분자는 어느 전극(플러스 극과 마이너스 극)으로도 이동하지 않는다. 전기장 내에서는 플러스 전하를 띤 분자는 마이너스 전극으로 이동을 하게 되고, 마이너스 전하를 띤 분자는 플러스 전극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런데 특정한 pH에서는 분자의 전하가 중성이 되어서 전기장 내에서도 어느 방향으로도 움직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 pH를 등전점(isoelectric point, 혹은 등전 pH)이라 부른다. 결국 등전 pH보다 높은 pH 용액에서 단백질 분자는 수산화 이온(OH-)의 흡착 혹은 수소 이온(H+)의 이탈 때문에 마이너스 전하를 띨 수 있으며, 등전 pH보다 낮은 pH 용액에서는 풍부한 수소 이온(H+)의 흡착으로 단백질 분자는 플러스 전하를 띨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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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유를 가열하고 레몬즙(혹은 식초)등으로 가제인을 침전시켜 만든 홈메이드 치즈. <출처: (cc) Shadle at Wikimedia.org> 2 우유로 바로 만든 치즈는 빵에 발라먹거나 샐러드에 주로 쓴다. |
한편 우유의 pH는 약 6.6 정도이고, 카제인의 등전 pH는 약 4.6이다. 그러므로 우유 속의 카제인은 마이너스 전하를 띠게 되며, 그것들은 서로 반발하기 때문에 카제인 단백질 입자들은 서로 뭉쳐질 수가 없다. 그러나 카제인은 위에서는 엉겨 침전이 형성될 것이다. 왜냐하면 위산(HCl)의 수소이온(H+)이 카제인의 마이너스 전하를 중화시켜 주면 서로 반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위에서 분비된 단백질 분해 효소에 의해 카제인은 작은 조각의 단백질과 각각의 아미노산들로 분해가 진행될 것이다. 결국에 분해된 간단한 분자들은 혈액으로 흡수가 되어 우리에게 필요한 에너지 원이 된다. 혹시 등전 pH의 변경에 따른 우유의 침전물을 확인하고 싶은 독자는 우유에 식초를 첨가하는 화학실험을 부엌에서도 해 볼 수 있다.
락토페린과 면역
우유에 포함된 락토페린은 천연 항균제이다. 모유에는 우유보다 더 많은 락토페린이 포함되어 있고, 산모의 초유에는 특히 더 많아 우유보다 약 50배 가까이 된다. 락토페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세포에 철분을 운반해 주고 철의 농도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락토페린은 철분과 잘 결합할 수 있고 조건에 따라서 다시 분리될 수 있는 것이다. 철분은 인간은 물론 각종 균들의 성장과 생존에 필요한 성분이다. 그러므로 락토페린이 철분을 단단히 결합해서 붙들고 있으면 균들은 필수 영양분을 활용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균들은 힘도 못쓰고 죽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락토페린이 천연 항균제로 작동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