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의 디지털 콘텐츠 소비가 증가하면서 이를 수집하고 분석, 정리해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직업도 생겨났다. 디지털 큐레이터라 불리는 이들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큐레이터처럼 자료를 관리하고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1분 동안 구글에서는 200만 건이 넘는 검색이 이뤄지고, 유튜브에서는 약 72시간 분량의 비디오가 생성된다. 온라인 콘텐츠의 생산·가공·유통은 끝없이 팽창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자원을 제공, 보존, 유지, 수집, 아카이빙하는 디지털 큐레이터가 각광받고 있다.
온라인 세계의 안내자
디지털 큐레이터는 온라인의 수많은 정보 중 사용자에게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 즉 디지털 큐레이션을 담당하는 전문가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 인간의 판단력을 동원해 정보전달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들은 콘텐츠를 분석하고 정리하는가하면, 정보를 한 화면에 보기 쉽게 배열하기도 한다. 특히, 모바일 시대로의 전환에 따라 제한적 화면 크기와 천차만별의 인터페이스 때문에 사용자는 큐레이션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선정하고 중요도를 판단하는 데에는 알고리즘을 통한 큐레이션보다 인간이 직접 실행하는 큐레이션이 더욱 효과를 발휘한다. 아직까지 알고리즘만으로 독창적이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분별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뉴스와 음악 애플리케이션에서 인간 큐레이터를 통해 콘텐츠를 관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영국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큐레이션센터(DCC)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에든버러, 글래스고, 배스 대학, STFC6 등 파트너 기관을 비롯해 영국 각 대학에 소속된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큐레이터 본연의 활동 외에도 관련 지침과 법규를 검토하거나 정보의 장기보존을 위해 기존 정보를 재평가한다. 또한, 시뮬레이션 과정을 통해 소프트웨어의 오류를 수정하고 하드웨어에 적용하는 일도 한다. 데이터의 효율적 공유와 보존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초급부터 고급과정까지 개설돼 있어 디지털 큐레이터 양성을 위한 체계적 교육이 가능하다.
빅데이터로 세상을 바꾼다
빅데이터 큐레이터는 미래를 예측해 숨어있는 기회를 발견하고, 감춰진 위험요소를 피하도록 하는 등 기업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빅데이터 해석과 활용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유명한 사례가 있다. 바로 구글의 플루 트렌드(Flu Trend)다. 2009년, 구글은 감기 증상이 있는 사람이 많아지면 기침, 몸살, 감기약 등 관련 단어의 검색빈도가 높아지는 사실에 착안, 지역별 감기 관련 단어의 검색빈도를 통해 독감확산을 예측했다. 이를 통해 미국 보건 당국보다 한발 앞서 ‘구글 플루 트렌드(구글 감기예방 서비스)’라는 독감확산 조기경보체계를 만들어냈다. 이는 혁신성과 공익성이라는 구글의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큰 기여를 했다. 한편, 중국의 안면인식 애플리케이션 QQ알러트(QQ ALERT)는 1,000만 명의 얼굴 사진 샘플을 분석해 연령 증가에 따른 얼굴 변화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286명의 실종 어린이 중 176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처럼 빅데이터 큐레이터는 단순히 개인의 흥미를 자극하거나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브랜드 제고와 보다 의미 있는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창조적인 기획자로 발전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