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힐링(healing)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웰빙(wellbeing)이란 단어가 유행처럼 우리 생활 속에 파고들어 있었다면, 요즘은 그야말로 ‘힐링이 대세’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체적 건강과 삶의 만족도를 강조하는 웰빙에 비해 힐링은 마음과 정신의 치유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와 같은 열풍 속에 힐링의 장소로서 숲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숲에서의 힐링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윌슨(Wilson)의 바이오필리아(biophilia) 가설이나 캐플란(Kaplan)의 집중력 회복 이론(attention restoration theory) 등과 같은 숲에서 인간은 쾌적감을 느끼고 육체적, 심리적으로 안정하게 된다는 주장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는 숲을 찾음으로써 몸과 마음이 건강해 진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숲에 가면 정말 건강해질까
그렇다면 숲에 가는 것이 실제로 건강효과가 있는 것일까요 이에 관해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인간의 몸과 마음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심리적, 생리적 척도를 사용하여 숲이 주는 건강증진 및 질병예방 효과에 대한 연구를 실시한 바 있습니다.
주요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숲에서의 체험은 스트레스를 감소하고, 우울감을 저하시키는데 효과가 있으며, 우리 몸의 대표적인 면역세포인 NK세포(자연살해세포)의 활성이 높아지고 세포의 수도 증가시켜 여러 가지 질환의 증세를 완화하는데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간을 건강하게 하는 숲의 인자
숲에 가면 건강해 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식물이 병원균, 해충, 곰팡이 등에 저항하려고 스스로 내뿜는 피톤치드(phytoncide) 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외에도 숲에는 인간을 건강하게 하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즉, 아름다운 숲의 경관, 깨끗한 공기, 비타민 D를 합성하는데 필요한 적정한 강도의 햇빛, 긴장을 이완시키는 숲속 소리, 계곡 주변에서 많이 발생하는 음이온 등과 같은 숲의 환경요소가 인간을 건강하게 하는데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숲은 닫힌 마음을 열고 자기성찰, 명상, 대화를 통해 친교와 친목을 이끄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사회적 공간이기도 합니다. 숲은 도시생활에서 닫혔던 마음을 자연스럽게 열어 사람 관계에서 여유와 배려를 갖게 하는 작용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숲은 우리나라 산림이 갖는 특징이기도 합니다만, 구불구불한 지형이나 적절한 경사가 있어 흥미를 유발하면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유도하는 건강증진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숲의 환경요소, 심리적 효과, 운동 효과 등이 인간을 건강하게 하는 숲의 인자라고 할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이 중 한 가지 인자만이 특정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며, 여러 인자가 복합적, 통합적으로 작용함으로써 상승효과를 발휘하여 인간을 건강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숲 활용법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숲 활용법은 간단합니다. 좋은 숲에 자주, 오래 가는 것입니다. 어떤 숲이든 좋습니다. 피톤치드를 많이 내뿜는 편백(Chamaecyparis obtusa)이 우거진 숲도 좋지만, 앞서 말했듯이 피톤치드 한 가지 때문에 숲이 건강에 이로운 장소는 아니기 때문에 굳이 피톤치드만을 쫓아 숲을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도 좀 더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는 숲을 찾고 싶다면, 치유의 숲 을 추천합니다. 치유의 숲 은 아름다운 경관, 향기 등 다양한 자연요소를 인간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면역력을 높이는데 보다 집약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여러 길이와 난이도의 숲길을 만들고,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숲입니다. 아직까지는 전국적으로 산음(경기 양평), 청태산(강원 횡성), 장성편백(전남 장성), 우드랜드(전남 장흥) 등 4개소만이 조성 운영되고 있으나, 현재 조성중이거나 조성을 계획 중인 치유의 숲이 많이 있어 앞으로 자연휴양림과 같이 쉽게 이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치유의 숲이 많이 조성된다 할지라도 일상생활이 바쁘다보니 별도로 숲을 찾는 시간을 내는 것이 여간해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숲은 나와는 먼 얘기라고 아예 포기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미국 텍사스 A&M대학교의 울리치(Ulrich) 교수의 연구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단순히 눈으로 숲 풍경을 감상하거나, 녹색으로 가꾸어진 작은 정원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은 긴장을 완화하고 좋은 호르몬을 분비하기 때문입니다. 멀리 잘 가꾸어진 치유의 숲을 찾는 것도 좋겠지만 일상에서 잠시 짬을 내어 가까운 도시숲을 걷고 자연에 함께 동화되는 것도 우리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좋은 숲 활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좋은 비타민이 되어주는 숲, 이 녀석에게도 영양제가 필요합니다. 잘 심고, 잘 자랄 수 있도록 적절히 솎아주어야만 숲도 건강해져서 우리에게 좋은 것들만 내어줄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가을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숲을 찾아 내 몸과 마음도 건강해 지고, 숲도 건강하게 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끝>
저자 : 유리화 연구사(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복지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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