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작지의 약 11%를 점유하면서 관개용수의 3분의 1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논은 이산화탄소(CO₂)보다 20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CH₄)의 주요 배출원으로 꼽힌다. 논의 메탄 배출량은 인간이 배출하는 전체 메탄 배출량의 12%에 이르고, 곡물 생산과 관련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최대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국제사회의 농업 부문 기후변화 대응은 논에서 배출되는 메탄에 집중됐다. 메탄이 주로 토양이 물에 잠긴 상태에서 박테리아에 의해 생산된다는 점에 주목해, 수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도 가능하면 논에 물을 가둬두는 시간을 줄이는 농법을 권장해온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논에서 배출되는 또다른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N₂O)는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처럼 메탄에만 초점을 맞춘 농업 부문 기후변화 대응이 기후변화를 가속화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메탄 방출을 줄이는 대신 온실 효과가 메탄보다 10배 이상 더 강력한 아산화질소 방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과 인도 델리의 환경보호기금 연구진을 중심으로 한 과학자들은 10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한 논문에서 간헐적으로 물에 잠기는 논의 1㏊당 아산화질소 배출량이 33㎏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최대치보다 3배 많을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인도 남부 지역의 5개 논 농장을 대상으로 분석한 이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간헐적으로 물을 대두는 논의 아산화질소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물에 잠긴 상태로 두는 논의 아산화질소 배출량보다 30~45배 많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간과된 이런 아산화질소 배출을 고려하면 쌀 경작이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은 알려진 것보다 두 배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그러나 관개 방식에 따른 메탄과 아산화질소의 방출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물과 무기 질소, 유기물질 유입 등을 함께 관리할 경우 쌀 생산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 90%까지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논문 주저자인 환경보호기금의 크라이테 크라이테 박사는 환경보호기금이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메탄 방출에 대한 우려와 기후 변화로 제한되는 수자원이 논에 지속적으로 대놓던 농업지역에서도 간헐적으로 물을 대는 방식을 찾게 만들 수 있다”며 “논의 물 관리가 메탄과 아산화질소 배출을 모두 고려하면서 균형을 이루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