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좋은 중금속과 나쁜 중금속
홍영습(동아대학교 중금속 노출 환경보건센터장)
우리나라 국민들은 일반적으로 중금속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속에서 발생했던 높은 중금속 노출의 경험과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납, 수은, 카드듐 등의 중금속 중독 사건 등의 기억이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중금속 중에는 우리 인체의 기능에 생리적, 생화학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금속이 있으며, 만약 부족하다면 결핍질환이나 증상이 생길 수 있는 금속도 있다. 코발트, 구리, 크롬, 철, 마그네슘, 몰리브덴, 니켈, 셀레니윰, 아연이 그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구리는 다양한 산화손상효소와 관련한 필수적인 보조인자로서 역할을 하며 헤모글로빈 합성, 탄수화물대사, 카테콜아민합성, 콜라젠, 엘라스틴, 머리카락의 케라틴 합성에 중요한 역할에 관여한다. 구리의 특성은 구리2가와 구리1가의 전이를 통한 suuperoxide와 hydroxyradicals의 발생을 통한 잠재적 독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구리의 과노출은 오히려 세포손상을 통해서 윌슨병을 유발할 수 있다. 앞서의 중금속 들도 구리와 비슷하게 생물학적 기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과노출의 경우에는 세포나 조직 손상을 통해서 다양한 부작용이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크롬이나 구리는 반드시 필요한 농도와 독성농도 사이의 농도 범위가 매우 좁기 때문에 유의하여야 한다.
반면 우리 몸의 생리적 기능에 전혀 필요하지 않는 금속이 존재한다. 이에 해당되는 금속으로는 알루미늄, 안티모니, 비소, 바륨, 베릴륨, 비스무스, 카드뮴, 갈륨, 게르마늄, 금, 인듐, 납, 리튬, 수은, 니켈, 플라티늄, 은, 스트론티윰, 탈리윰, 주석, 티나늄, 바나듐, 우라늄이 여기에 해당된다. 납, 수은, 비소, 크롬, 카드뮴은 인체의 세포기관인 세포막, 미토콘드리아, 리소좀, 세포핵에서 대사, 탈독화, 손상회복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 금속이온은 DNA, 핵단백질과 상호작용을 하여 DNA 손상과 구조적 변화를 일으켜 세포주기의 변동, 발암, 세포자멸을 유발한다. 최근 실험에서는 이러한 중금속들은 활성산소의 발생을 통해서 독성과 발암성을 가지고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5가지 중금속은 이러한 높은 독성에 의해서 공중보건학적으로 중요도가 매우 높은 중금속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모두 인체에 전신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인체 다기관에 매우 낮은 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미국 환경청(EPA)와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들 중금속의 영향에 대해서 실험 및 역학적 연구를 근거로 하여 발암물질 또는 발암 가능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앞서 전술한 바와 같이 금속은 각 금속의 성질에 따라 인체에 필요한 필수금속과 불필요 금속으로 나뉘어지며, 각 금속별로 고유한 특성에 따른 생리학적, 생화학적 특성을 가지고 인체에 다양한 반응을 한다. 금은 독성이 강한 중금속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인체 기능에 불필요한 중금속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과거부터 금이 해독작용을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숙취해소에도 좋다는 이야기들이 회자 되었고, 과거 동서양의 의학에서 치료제로 많이 활용을 하였다. 최근에는 고급 일식집이나 횟집에서 금가루를 회에 뿌려서 먹는다든지 케이크나 초콜릿에 금가루를 활용하는 경우를 종종보곤 한다. 그러나, 실제 금이 인체에 유익한 효능이 있다는점을 학문적으로 규명된 근거는 없다. 오히려 불필요 금속인 금이 체내에 축적이 되면 간, 콩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헤모글로빈 합성 과정 중에 작용하여 빈혈을 유발하는 등 다양한 부작용의 가능성도 존재하므로 인위적으로 금을 섭취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중금속은 공중보건학적으로 중요한 위험물질이며, 이에 대한 관리가 매우 중요한 관심사항이다. 납, 수은, 카드뮴, 비소, 크롬 등 유해 중금속은 인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철저하게 노출을 막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금속도 존재한다. 구리, 망간, 크롬 등은 필수금속이지만 인체에 필요한 범위가 매우 좁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즉 지나침은 부족함과 마찬가지라는 뜻으로 그 범위를 넘어서면 독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인체에 필요한 필수중금속에도 해당되는 말로서 이해할 필요가 있을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