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중국의 한 가족이 방안에 모기향을 피워 놓고 자다가 죽을 뻔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모기향이 모기가 아닌 사람을 잡을 뻔 했다. 이처럼 모기약은 잘못 쓰면 치명적 독극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여름철에 모기약을 안 쓸 수도 없으니 여간 고민이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정에서는 모기를 잡아 죽이기보다는 모기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 생각한다. 모기를 모기약으로 죽이려들면 인간도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많이 사용해온 코일형 모기향은 천식과 호흡기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다량의 미세먼지와 발암물질 포름알데하이드를 발생하기 때문에 실내에서 사용하는 것은 금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에서 사용할 때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이로 인해 선진국에서는 사용을 금지한 경우가 많다. 매트형 모기향이나 액체형 모기향은 코일형보다 유해물질이 적게 나오지만, 장기간 사용 할 경우 일부 사람에게 구토, 설사, 과대흥분, 피로감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뿌리는 형태인 에어로졸 모기향에 포함된 살충제 성분도 호흡곤란, 두통, 어지럼증을 유발할 수 있다. 환경부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몸속 피비에이(3-PBA; Protein Binding Assay) 농도가 6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여 7, 8월경에 가장 높고 9월부터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PBA는 가장 흔한 모기약 성분이 우리 몸에 들어와 대사된 물질이다. 또한 소변 중 3-PBA 농도는 한국인이 미국인이나 캐나다인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기약 성분이 입, 코, 피부를 통해 체내로 들어오는 것을 고려할 때, 그동안 우리가 모기약을 부주의하게 사용했거나 남용했음을 암시한다.
선진국의 모기 대응방식은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 모기약을 뿌리거나 모기향을 피우는 ‘지역방어’보다는 자기 몸이나 옷에 모기기피제를 바르거나 뿌리는 ‘개인방어’ 방식을 선호한다. 지역방어는 효과도 떨어지고 그 지역에 머무르는 인간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인 것 같다.
우리의 모기 대응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모기약의 근원은 국화과 다년초인 '제충국'이라는 식물 살충제이다. 19세기 유고슬라비아의 한 여인이 정원에서 제충국1) 주위에 곤충이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인간에겐 향으로 여겨지지만 곤충에겐 살상무기인 셈이다. 이처럼 모기들이 싫어하는 향이 강한 식물을 이용하는 친환경적 방법을 적극 확대할 필요가 있다. 2001년 미국우주항공국(NASA)은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개박하(catnip)2)에 모기들을 쫓아낼 수 있는 강력한 향이 들어있다고 발표했다. 수년 전 한 국제학술지에는 레몬 유칼립투스3) 기름을 몸이나 옷에 바르면 적어도 2시간 동안 모기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는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규모가 큰 차원에서는 미꾸라지 등을 이용한 모기유충 박멸이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하다.
모기약을 사용할 때는 안전규칙을 준수해야 건강피해를 막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밀폐된 공간에서 모기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에어로졸 모기약을 뿌릴 때 호흡하면서 몸속으로 들어올 수 있으므로 마스크나 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리는 게 좋다. 또한 모기약 성분이 공중에 떠돌다가 아이들 장난감이나 생활용품, 그리고 음식 등에 묻어 있다가 이들을 만지거나 섭취할 때 노출될 수 있다. 모기약을 사용한 후에는 아이들의 장난감은 세척하고 야채나 과일은 흐르는 물에 세척한 후 섭취해야 한다.
개인적 차원에서 모기에 물릴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몸을 청결히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모기는 요산4)이나 젖산5)과 같이 사람에게서 만들어지는 산성 물질을 좋아한다. 이런 산성 물질의 특이한 냄새는 모기의 후각신경을 자극하여 모기를 유혹한다. 여름철 야외에서 운동을 할 경우에도 모기의 공격대상이 되기 쉽다. 가쁜 숨으로 모기가 좋아하는 이산화탄소 방출이 증가하고 땀으로 젖산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화장품(특히 향수)을 덜 바르면 모기에 물릴 위험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기후변화로 우리나라의 기후가 온대에서 점차 아열대 기후로 변하면서 모기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전에는 일본뇌염만 문제가 되었으나, 최근에는 휴전선 접경 지역에 한정되기는 했지만 말라리아에 감염되는 사람들도 매년 2천명에 육박한다. 아직 국내 환자발생 보고는 없지만 뎅기열이나 웨스트나일6) 뇌염 감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기와의 전쟁에서 패배하지 않기 위해서는 안전한 방안을 경우에 따라 융합하여 사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더위가 한풀 꺾였을 때 어린이가 자는 방에는 모기약 대신 모기장 사용을 권해 드리고 싶다. 화학적으로 합성한 모기약에만 의존하면 당장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1)제충국 : 국화과의 풀로 꽃 부분에 인체에는 무해하고 곤충의 신경계에만 작용하는 성분이 있어 분말로 만들어 친환경 농약으로 사용하고 있다.
2)개박하 :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자라는 풀로, 고양이를 흥분시키기도 하며 기분이 좋게 만들어 주는 작용을 해 고양이 환각제로 불리는 풀이다.
3)레몬 유칼립투스 : 만지면 레몬 향기가 나고 살균, 방부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풀이다.
4)요산 : 탄소, 산소, 수소, 질소 등으로 이루어진 유기화합물이다. 안정 시 혈액 중 4~7mg/100ml 정도 존재한다. 사람의 오줌에는 하루에 0.6~1.0g이 배출된다.
5)젖산 : 생체 내의 에너지 대사에 관련하는 중요한 생화학 물질이다. 생리적 중간 대사산물이며, 안정 시 혈액 중 10~20mg/dl 정도 존재한다.
6)웨스트나일 : 1938년 우간다의 웨스트 나일 지역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뇌염의 일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