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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학용품과 어린이 건강-착한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착한 학용품을 사준다

구분 :
칼럼
작성일 :
2013-10-29 09:20:34
조회수 :
1,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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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착하다는 말이 유행이다. 착한 커피, 착한 식당 등 ‘착한’이란 말은 상품뿐만 아니라 사람과 행위, 기업 등에도 즐겨 쓰인다. 남을 속이지 않고 유해물질이 들어 있지 않으며 가격도 싼 제품이나 이런 제품을 만들어내는 사람과 기업, 영업점 등에게 착한이란 이름을 그 앞에 붙인다. 착한이란 말이 2010년대에 다시 대한민국에서 부활하고 있다. 예전에도 물론 착한이란 말을 즐겨 썼다. 어린이들에게 예나 지금이나 착한 어린이가 되라는 말을 하곤 한다. 조직폭력배들에게도 ‘차카게(착하게) 살자’가 우스갯소리처럼 회자되곤 한다.

 

착한 유행시대는 마침내 어린이들 학용품에도 착한 학용품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말하는 착한은 가격이 싼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학용품 속에 어린이 건강을 해치는 유해요인이 없는 것을 뜻한다. 학용품에 인체 건강에 해가 되는 유해물질이 들어 있는 것은 최근의 문제는 아니다. 30~40년 전은 물론이고 10~20년 전에도 지금보다 더 심각한 양의 유해물질이 학용품 속에 들어 있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과거에는 학용품 속 유해물질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가 없어서가 아니라 하루 세끼 끼니도 제대로 챙길 수 없던 시절, 변변한 학용품을 살 수조차 없었던 시절, 학용품 속 유해물질 운운은 사치처럼 보였다. 월사금을 제때 못내 학교 가기가 싫었던 학생들, 남들처럼 책가방을 사지 못해 무명천 보따리에 책을 싸서 허리에 둘러매고 등교하던 어린이들, 배고픔을 이기기 위해 연습 후 빵을 준다는 운동부에 들어간 학생들이 허다했다. 필자도 그랬다. 그런 학생들과 그 학부모들에게 지금의 착한 학용품은 왠지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세월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지금은 어린이 건강시대다. 환경부도 과거 1980년대와 1990년대는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 쓰레기 오염 등에 초점을 맞춰 환경행정을 펼쳤다. 지금은 국민들의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챙긴다. 최근 환경행정과 언론들이 가장 많이 다루는 생태 문제나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지구환경 문제, 탄소 줄이기 정책 등도 따지고 보면 인간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환경부는 2000년대 후반부터는 어린이 건강에 본격적인 관심을 두고 연구조사와 함께 안전관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요즘 학부모치고 자녀 건강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이다. 1950년대와 60년대 베이비부머 세대를 낳은 부모들도 당시 자녀들의 건강에 대해 무신경하지는 않았겠지만 자녀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지금의 부모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데 모두들 동의할 것이다. 옛날 학부모들이 모두 나쁜 학부모라고 할 수 없겠지만 확실히 요즘 부모들은 착한 학부모들이 많다. 자녀들의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착한 학부모들이라면 학용품 속 유해물질 문제가 터져 나오면 눈을 번쩍 뜨게 마련이다. 올 초 환경부가 발표한 어린이용품 유해물질 조사 결과 뉴스도 그런 것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학용품 가운데에도 유해물질이 있을 수 있고 실제 조사결과에서도 일부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환경부 조사에서는 중국산 심벌즈 모형악기에서 니켈이 무려 기준의 29,628배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필통, 책가방, 노트 등 18개 제품에서도 프탈레이트와 카드뮴 등 중금속이 동시에 초과되었다. 혹 우리 아이들이 이런 학용품을 쓰지 않을까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많이 생겼을 법하다.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학용품은 여기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이 가운데 자주 사용하는 것도 있고 어쩌다 한 번 씩 사용하는 것도 있다. 책가방이나 연필, 지우개, 볼펜, 필통, 노트 등은 거의 매일 사용하는 것들이고 칼, 연필깎이, 클립, 파일, 펀치, 찰흙, 팔레트, 크레파스, 풀, 색종이, 가위 등은 때때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들 학용품은 현재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줄여서 '품공법')과 환경보건법 등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학용품이 법적 관리대상은 아니다. 가위나 독서대, 연필꽂이, 자, 클립, 파일, 공예용품, 물통, 테이프, 악기, 볼펜, 칼 따위는 관리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물론 환경부는 관리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이들 사각지대의 제품에 대해서는 위해성 평가를 실시하고, 위해성이 확인될 경우 「환경보건법」의 “어린이용품 환경유해인자 사용제한 규정”에 반영하여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적 대상으로 관리를 하든, 환경부의 규정에 의해 관리하든 관계없이 학부모들은 착한 학용품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제품, 어떤 유해물질을 주의해야 할지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착한 선택을 해야 한다.

 

현재 환경보건법에서 관리하는 학용품은 볼펜, 사인펜, 형광펜, 마킹펜 등이다. 품공법에 따라 관리하는 학용품은 지우개, 찰흙, 연필깎이, 필통, 팔레트, 공책, 스케치북, 크레파스, 연필, 샤프, 파스텔, 물감, 펜류, 색종이 등이다. 품공법은 이들 품목에 대해 대부분 자율안전 확인을 하고 있다. 업체 스스로 안전성을 확보토록 관리한다는 말이다. 프탈레이트 가운데 가장 널리 쓰이는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 등 주요 프탈레이트에 대해 0.1% 이하 함량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으며 납이나 카드뮴 등의 유해 중금속에 대해서는 제품 중 함량 또는 외부로 녹아(빠져)나오는 용출 기준으로 규제를 하고 있다.

 

한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학용품을 포함한 어린이용품에 대해서도 지난 4월부터 환경마크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필기구, 사무용품, 미술용품 가운데 환경마크를 받으려면 환경과 품질 등 모든 면에서 엄격한 인증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발암·변이원성 및 생식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물질은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형광증백제, 향료, 유해염료도 들어 있어서는 안 된다. 또 합성수지와 고무 제품의 경우 브롬계 난연제와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사용이 금지되고 목재에 유해 방부제를 사용할 경우 환경마크를 받을 수 없다. 종이에도 염소계 표백제를 사용할 경우 마크를 받을 수 없고 필기구용 잉크 또는 수정액에 유해 유기용제를 사용해도 환경마크를 받을 수 없다. ‘착한 학용품’을 고르려면 이제 환경마크를 부착했는지를 꼼꼼하게 살피면 된다.

 

일부 학용품에서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나왔다고 해서 무서워하거나 기준치 이하라고 해서 안심할 일은 결코 못된다. 기준치 이상의 유해물질이 학용품에 들어 있어서는 물론 안 되겠지만 유해물질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흡입하거나 입으로 빠는 등의 유해물질 노출 행위를 삼가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위해성, 즉 독성은 그 물질이 아무리 유해하더라도 노출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유해물질 양이 적다하더라도 몸속에 축적되는 중금속이나 발암성 물질의 경우 만성적으로 수년 또는 수십 년 간 노출되면 이는 나중에 암이나 각종 건강 이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머릿속 깊숙이 각인할 필요가 있다.

 

흔히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보기 좋은 떡이 건강에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인체에 좋지 않은 색소를 사용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용품 가운데에는 화려한 색상과 외관을 자랑하는 것이 있다. 이들 제품은 인체에 유해한 색소나 중금속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나쁜 학용품이다. 보기 좋은 학용품은 남에게 과시하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반드시 아이들의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새학기가 시작한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착한 학용품’을 사용하는데 관심을 갖는 착한 부모들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학용품에 문제가 될 수 있는 프탈레이트와 카드뮴과 같은 중금속의 유해성에 대하여 알아보기 쉽도록 표로 정리해보았다. 어떤 유해물질이 어떤 증상과 질병을 일으키는지 확실히 알고 기억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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