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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숙증, 환경호르몬 때문일까 ?

구분 :
칼럼
작성일 :
2019-11-26 14:50:09
조회수 :
520

 

성조숙증,  환경호르몬 때문일까  

 

 

박미정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전 세계적으로 사춘기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는데, 영양상태의 호전으로 인한 체지방량증가가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사춘기가 너무 빠른 경우 즉, 여아에서 만 8세전에 유방이 발달하거나 남아에서 만 9세전에 고환의 용적이 4cc보다 커지는

경우를 성조숙증으로 정의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성조숙증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아직 철이 없는 초등학교 4학년 여아가

매달 월경을 하여 학교생활에 매우 불편을 겪고, 초등학교 5학년 남아가 여드름에 음모가 발생하고 몽정을 하여 병원을 찾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렇게 사춘기가 빨라지는 한 원인으로 환경호르몬과의 관련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환경호르몬으로 불리는 ‘내분비계 장애물질

(endocrine disruptors)’은 화학구조가 성호르몬과 유사하여 성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할 수 있고, 때로는 성호르몬의 작용을 차단할

수도 있다.

 

1960년대부터 야생동물에서 비정상적인 생식기관의 발생 및 발달 (정자 수의 감소, 수컷 생식기 크기의 감소, 수컷 생식기의 암컷화,

생식행동 이상, 수정률 감소, 개체 수 감소 등) 을 초래할 수 있다는 보고되어 왔다. 인간에 대한 영향은 1970년대 합성 에스트로겐인

diethylstilbestrol (DES)를 복용한 임산부가 출산한 2세들에서 남자는 정자 수의 감소, 정자 운동성 감소, 기형 정자의 발생증가,

생식기 기형, 정소암, 전립선질환이 발견되었고, 여자는 유방암, 자궁내막증, 자궁섬유종 등이 보고되었다.

 

1973년 미국 미시간주에서 가축사료에 영양제 대신 발화지연제를 첨가하는 사고가 발생하여 PBBs에 오염된 육가공품과 유제품에

4,000여 명의 주민들이 노출되게 되었고 이후 26년이 지난 1997년, 사고 당시 임신 또는 수유 중이었던 산모들의 딸을 대상으로

초경 연령을 조사한 결과, 수유를 통해 고농도의 PBBs에 노출된 딸의 초경 연령이 저농도에 노출된 딸의 초경 연령보다 약 0.9세

빨랐으며, 음모 발달 단계도 보다 빨랐다고 보고하였는데, 이것이 환경오염물질에의 노출과 사춘기 발달과의 연관성에 대한 첫

코호트 연구였다.

 

이후, 미시간주 코호트 연구에서는 산모에서 DDT의 대사물질인 DDE 농도가 높을수록 딸의 초경 연령이 빨라졌다는 보고가 있었고

중국의 한 연구에서도 섬유산업 근로여성에서 혈청DDT/DDE 농도가 증가할수록 초경 연령이 비례적으로 빨라졌다고 보고하였다.

 

이후, 조기유방발육증 여아에서 혈청 프탈레이트 농도가 대조군 여아에 비해 유의하게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부터 프탈레이트

농도와 사춘기 조숙증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다. 프탈레이트류는 폴리염화비닐(polyvinyl chloride, PVC)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소제로 사용되는 물질로서 장난감, 비닐 바닥재, 의료 장비 및 식품포장지 등 광범위한 제품생산에 사용되고 있는데 여성호르몬

수용체를 자극할수 있고, 남성호르몬수용체를 억제할수 있다.

 

비스페놀A(bisphenol A, BPA)는 폴리카보네이트나 에폭시수지 같은 플라스틱 제조에 사용되는 기본 원료로서플라스틱 식품용기,

치과에서 사용하는 레진, 캔 제품의 코팅제 등의 생산에 널리 사용된다. 쥐실험에서 사춘기를 가속시킨다는 결과들이 있으며,

소아에서는 성조숙증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많지만 관련이 크지않다는 보고도 있다.

 

한편, 아로마오일로도 불리는 Essential oil, 로션이나 크림, 방향제, 비누, 샴푸에 포함된 라벤더 오일이나 티트리오일 성분, 허브티의

일종인 Fennel Tea 성분도 여성호르몬 수용체를 활성화하여 조기유방발육증이나 사춘기전 남아에서 여성형 유방을 유발한 것으로

외국에서 보고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성조숙증을 예방하려면, 건강한 식습관과 적절한 운동으로 표준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한편, 성조숙증의 원인이

환경호르몬 때문만은 아니지만, 환경호르몬의 성호르몬을 활성화 하는 기전이 있으므로 환경호르몬의 노출을 취대한 피해야 한다.

그 방법으로는 식습관으로는 인스턴트음식, 가공음식, 기름진 음식을 덜먹고, 성분과 함량이 확실하지 않은 보조제등은 조심해야 하며,

일회용 용기,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줄이고, 에스트로겐이 함유된 피부·모발관리제품, 태반성분함유 화장품, 화려한 색깔이나 강한

향이 나는 제품의 사용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상적인 방어기전이나 대사기능이 완전히 갖추어지지 못한 태아 및 신생아시기와 호르몬분비가 급증하고 호르몬 감수성이 높은

사춘기시기 등 취약 시기에 노출되었을 때 미치는 인체에 미치는 건강영향은 특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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