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교수의 건강칼럼
아토피가 늘어나는 이유
1970년대만 하여도 알레르기는 주사를 맞고 쇼크에 빠지거나 음식을 먹고 두드러기가 나타나는 신체면역반응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였습니다. 알레르기의 대표적인 질환인 아토피피부염, 천식, 알레르기비염은 흔하지도 않았고 또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980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이제는 알레르기 질환은 상식이 되었습니다. 1995년부터 조사가 시작된 국제알레르기역학조사(International Study of Asthma, Allergies in Children; ISAAC)에 의하면 지난 1년간 진단을 받은 병력을 근거로 우리나라의 천식과 아토피피부염 유병률을 산출하면 6-7세에서 각각 8%와 4.5% 정도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아래 그래프와 같이 6-15세를 대상으로 평생 진단을 받았던 병력을 근거로 산출하면 다른 유병률 값이 나오긴하나 결론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결핵발생률이 10만명에 60-70명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환자 발생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면 그간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아토피가 급증하였는가 라는 것이 궁금해집니다. 개발로 인한 환경오염이 원인이라고도 하고, 식품개발도 원인이라고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출생 시의 환경위생 상태가 개선되어 우리 몸의 면역반응 형태가 아토피를 쉽게 일으키는 방향으로 자리를 잡는 소위“환경위생학설”로 이를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토피질환을 현대병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둘째, 냉난방시설과 각종 실내마감재 등으로 인한 오염물질들이 가득한 실내에서 하루 20시간을 지내게 되는 생활이 원인입니다. 저희 환경보건센터에서 연구한 결과에서도 실내오염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세균과 곰팡이 부유물이 아토피피부염과 연관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975년에 5만7천호 정도의 아파트가 2005년에는 696만3천호로 급격히 증가한 주거문화의 변화도 주요한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셋째, 실내환경은 자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대기환경의 영향도 많이 받습니다. 미세먼지를 양산하는 자동차 매연, 담배 그리고 황사 등이 주요 아토피발생 요인이 됩니다. 1975년 우리나라 자동차 보유대수가 19만대 정도이었지만, 2005년에는 1539만대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기간 아토피 질환의 증가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넷째, 모유수유 형태를 포함한 식품문화의 변화도 아토피질환의 발생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모유수유율이 불과 20% 미만에 이르던 시절이 있었고 이것이 아토피질환의 증가의 한 원인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우리나라 학동기 천식의 유병률은 2000년까지 증가하다가 2005년에는 작은 폭으로 감소하였습니다.
그동안 대기오염을 줄이는 노력도 있었지만, 15년 전부터 시작된 모유먹이기 운동의 성공이 감소의 원인이라고 일부 해석이 가능합니다.
아토피환경보건센터에서 조사한 바로 계란, 우유, 밀,두유 등이 2-3세 이전에 아토피피부염을 유발할수 있는 흔한 원인식품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따라서 어린 나이에 섭취하는 식품들이 아토피피부염 또는 알레르기질환 발생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알레르기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모든 질병은 신체의 방어능력과 질병 원인을 제공하는 환경 사이의 균형이 깨지면서 생깁니다.최근 환경오염이 급증하면서 알레르기 질환도 더불어 증가하고 있는데 환경오염과 알레르기 발생간에는 긴밀한 연관이 있다고 보입니다.그러나 환경오염물질에 노출되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알레르기 증상을 나타내지는 않습니다.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유전적인 요인도 관여하며, 또한 신체의 면역반응 방향이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킬 수 있도록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이 마련되었다 하더라도 신체조건이 성숙해 있다면 원인물질이 신체 내부로 들어오기가 힘들어 증상이 나타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면역조절기능을 포함한 신체방어기능이 미숙할 때 드디어 알레르기가 발생하여 증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렇듯 신체의 조건 및 상황에 따라 알레르기 발생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나, 환경요인 특히, 환경 위생상태(특히, 출생시 환경위생 상태)는 알레르기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경요인
환경요인에는 대기오염 정도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현대인은 거의 20시간 이상을 실내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방과 냉난방 시설에서 발생하는 가스, 포름알데히드, 진드기와 세균 곰팡이 등의 실내 오염물질이 알레르기 발생에 크게 관여하고 있습니다.
유전요인
아토피환경보건센터에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모두 알레르기 증상을 가진 경우에 태어난 아이의 41.7%가 이미 돌 무렵부터 아토피피부염 증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엄마만 알레르기 증상을 가지고 있었던 경우에는 30.7%, 아빠만 가지고 있던 경우에는 22.2%, 부모 모두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14.7%가 아토피피부염 증상을 나타내었습니다. 이 연구자료를 통해 알레르기 질환의 발생에는 유전요인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또한 엄마의 유전적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위생학설
설사 아이가 아토피피부염 발생 가능성이 높은 유전적 소인을 가지고 태어났다 하더라도 반드시 아토피피부염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갓 태어난 아기의 주위 환경위생 상태에 따라 신생아의 면역 형태가 향후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쉬운 면역반응 형태로 방향을 잡을 것인지가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출생 환경의 위생상태가 지금과 같이 좋지 않아 신생아는 세균에 노출될 기회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당시 우리 신체의 면역반응은 세균 감염을 예방하는 데 급급하였을 것이고 알레르기 반응은 차선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근래에는 출생환경이 매우 위생적이어서 신생아가 세균에 노출되는 기회는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
따라서 면역반응의 형태도 세균감염보다는 알레르기반응(TH2형 면역반응) 쪽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이를“위생학설”이라고 하고, 이 학설은 환경위생 상태가 양호해진 최근에 알레르기 질환이 부쩍 증가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반적 신체 기능의 미숙
위와 같이 유전적 소인도 있고 또 알레르기 반응 쪽으로 면역반응의 방향이 정해졌더라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에 노출되지 않는다면 증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신생아나 유아와 같이 아주 어린나이의 아이들은 면역반응뿐 아니라 위장과 호흡기를 싸고 있는 점막과 피부의 구조도 미숙하여 원인물질이 쉽게 신체내부로 들어올 수 있으며, 따라서 보다연령이 높은 어린이들이나 성인에 비해 쉽게 증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체방어 기능이 성숙해지면서 어렸을때 나타났던 알레르기 증상들이 사라지기도 하고, 또한 다른 형태의 알레르기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알레르기 행진(Allergic March)이라는 용어로 부르기도 합니다. 생후 2개월에 시작되는 아토피피부염, 5세경에 시작되는 천식, 10세경에 시작되는 알레르기 비염은 면역기능과구조로 구성된 신체방어 능력이 성숙되어지는 것과 관련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와 아토피, 불내성 등 관련 용어의 유래와 이해
대수롭지 않은 일에 민감한 사람에게 “괜히 과민반응이야”라는 이야기를 한다든가, 싫어하는 일에 “나는 이일에 알레르기가 있어”하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이야기에서 우리는 알레르기를 이미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의학의 아버지로 잘 알려진 히포크라테스(기원전460-370)도 유유를 마시고 두드러기와 위장장애 등의 과민반응을 일으킨 증례를 그의 책자에 기록하였다. 그후 적지 않은 증례들이 보고되어왔지만 ‘알레르기’라는 단어와 ‘아토피’라는 단어는 20세기 초에야 사용하게 되었다. 차츰 연구가 진행되고 과민반응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면역기전이 관여하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로 크게 구분하여 알레르기와 불내성이라 하였다.(그림) 최근에는 좀더 세분하여 면역기전이 관여하는 과민반응을 다시 제1형-제4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 중 면역글로불린-E (immunoglobulin E, IgE)라는 항체가 관여하는 제1형 과민반응을 알레르기 또는 아토피라 명명하게 되었다.
"Allergy”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다르다는 뜻의 단어 “allos”와 작동한다는 뜻의 단어 “ergon”의 복합어이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신체반응에 비해 다른 형태의 신체반응(changed reaction) 즉 ‘변형된 반응’을 일컫는 현상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예컨대, 정상인은 꽃가루에 노출되어도 아무런 증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알레르기 환자는 꽃가루에 과민반응의 증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Atopy"는 장소를 뜻하는 그리스어 ‘topos'에 상대 접두어 ‘a’를 사용하여 장소 밖(out of place)의 의미로 사용한 용어이다. 요약하면 알레르기와 아토피는 같은 의미의 희랍어에서 유래되었다고 이해하면 된다.
관습상 알레르기라는 단어는 알레르기천식, 알레르기비염 그리고 알레르기결막염과 같은 질병의 접두어로 흔히 사용하고 있고 아토피라는 단어는 알레르기과 같은 의미의 용어이지만 ‘아토피피부염’에서 접두어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종종 서로 혼용하고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따라서 아토피피부염을 그냥 ‘아토피’라고 편의상 부르는 경우가 많은 데 이는 잘못된 호칭이고 이로 말미암아 용어의 혼란는 더욱 확산될 수 있다. ‘아토피’와 ‘알레르기’는 현상을 일컫는 단어이지 질병을 일컫는 단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알레르기와 관련된 또 하나의 용어로 ‘아나필락시스’라는 단어가 있다. 우리 신체가 바이러스나 세균에 노출되면 이에 대한 항체를 생산하여 향후 같은 균에 접촉하여도 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신체를 보호하게 된다. 이렇게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희랍어로 ‘필락시스(phylaxis)'라 한다. 그러나 어떤 항체는 오히려 우리 신체에 해로운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1902년 Charles Richet이 발견하여 이 현상을 ‘반대’의 의미를 가진 희랍어 '아나(ana)’를 접두어로 사용하여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라 불렀다. 이 업적으로 그는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여기에 관여하는 항체는 1920년대 Prausnitz와 Kustner가 리어진(regain)이라 명명했고, 1967년 Ishizaka가 새로운 면역글로불린IgE를 발견하여 비로서 알레르기에 관한 보다 깊이있는 연구가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알레르기의 발생
홍역과 같은 미생물에 의한 전염성질환은 한번 앓고 나면 홍역에 대한 면역이 생겨 다시는 홍역에 걸리지 않게 되지만, 알레르기질환은 집먼지진드기의 대소변 또는 체액, 꽃가루, 식품. 약물 등과 같은 무생물에 신체의 일부가 과민반응을 형성하여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에 원인물질과 접촉할 때마다 증상이 재발하는 상반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좀 더 전문적인 설명을 한다면, 홍역을 앓고 나면 우리 몸속에서 ‘면역글로불린-G (IgG)’라는 항체가 생기고 알레르기는 우리 신체가 원인물질에 접촉하고 나서 ‘면역글로불린-E (IgE)’라는 항체가 생기게 된다. IgG는 균을 처리하는 능력이 있어 이미 접촉한 균에 감염되지 않는 반면 IgE는 알레르기에 관여하는 세포를 자극하는 성질이 있어 원인물질에 접촉할 때마다 증상을 나타내는 과민반응성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유전적 영향
같이 알레르기 원인물질에 노출되었어도 어떤 사람은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알레르기의 발생에 개인 차이가 있다는 증거가 된다. 이러한 개인적 차이는 유전정보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알레르기의 발생에는 유전적 소인이 많이 관여한다고 결론 지을 수 있다. 감염성 질환에 관여하는 IgG 항체는 대부분 가족력과 무관하게 만들어지지만, 알레르기에 관여하는 IgE 항체는 일부에서 그것도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 잘 만들어진다는 근거가 많이 밝혀져 있다. 따라서, 부모와 형제 중에 알레르기 환자가 있다면 태어난 아기가 알레르기 질환을 가질 확률이 높다라고 예측할 수 있다.
환경적 영향
유전적 이유가 그렇다하더라도 ‘왜 최근에 그것도 선진국가를 중심으로 알레르기 질환 유병율이 급격히 증가하였을가’에 대한 답변이 어렵다. 이를 설명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환경오염이 한 이유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에 제시된 “위생학설”이 가장 설득력이 있는 설명이라고 본다. 출생하면서 우리 신체는 엄청나고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수중환경인 자궁으로부터 공기로 호흡해야할 자궁밖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탯줄로 영양공급을 받던 환경에서 자신이 젖을 빨아 영양공급을 받아야 한다. 면역반응도 당연히 무균상태의 자궁내 환경에서 출생직후 세균이 많은 주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해야 한다. 세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Th1 형 면역반응이라고 표현하며, 세균에 노출되어 IgG항체를 생산하여 감염으로부터 우리 신체를 보호하는 기능을 갖추는 향의 면역반응이다. 그러나 선진화가 되면서 출생 환경의 위생상태가 양호해 지면서 세균에 노출이 감소되어 이러한 방향의 면역반응의 형성의 필요성이 감소되어서 인지 면역반응은 다른 방향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를Th2 형 면역반응이라고 하고, 알레르기 발생의 근거로 설명하고 있다.
알레르기는 어리면 어릴수록 더 자주 발생한다.
알레르기는 호흡기나 위장을 싸고 있는 점막을 통해 원인물질이 우리 신체내로 들어 와서 생기게 된다. 따라서 호흡기 또는 위장관의 점막이 미숙한 신생아 또는 영유아기에 잘 생기게 된다. 어린 나이에는 감기나 설사와 같은 감염에 자주 걸리기 마련이다. 이러한 감염은 점막에 손상을 주어 원인물질이 쉽게 점막을 통과하여 신체내로 들어올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어 알레르기의 발생을 더욱 쉽게 해 준다. 결국 어리면 어릴수록 알레르기의 발생 빈도는 높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래서 어리면 어릴수록 특히 알레르기에 관한 가족력이 있을 경우에는 알레르기 발생을 예방한다는 마음으로 환경관리를 철저히 해 주어야 하며 가벼운 감기 설사 질환이라도 보다 적극적인 알레르기 예방적 측면에서 치료를 해주어야 한다.
알레르기는 염증에 의한 과민성 질환이고 진행하는 질환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비만세포(mast cell)가 알레르기 반응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알레르겐과 접촉하여 세포는 세포 내에 존재하는 히스타민 등의 화학매개체(chemical mediator)를 분비하기도 하고 또 필요한 화학매개체를 생산하여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킨다.
그러나 신체내로 유입된 알레르기 원인물질(알레르겐)은 비만세포(mast cell) 에 직접 부착하지 못하고 면역글로불린-E(immunoglobulin E, IgE)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알레르겐과 세포표면을 연결해 주는 IgE 항체(알레르겐 운반체)가 세포표면에 부착된 상태를 ‘감작(sensitization)되었다’고 표현한다. 감작은 알레르기 반응이 준비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IgE항체로 감작된 비만세포가 다시 알레르겐에 노출되면 히스타민 등의 다양한 화학물질(화학매개체)을 분비 또는 생산하고 이 물질이 증상을 일으키는 기관인 기관지, 피부, 코점막 등의 조직에 부착하여 증상을 일으키게 된다. 이렇게 증상을 일으키는 한편 화학매개체의 일부는 조직에 염증을 일으킨다. 증상은 치료로 또는 자연히 소실되기도 하지만, 알레르기 염증이 시작되는 것이 문제이다.
알레르기 염증이 일단 시작되면 손상된 조직을 통해 알레르겐이 쉽게 신체내로 유입되고 증상이 더 자주 나타나고 또 염증은 더 진행되는 염증-급성증상-염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의 고리를 형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면 과민성이 자리를 잡게 되고 결국 조직의 변형까지 생겨 악순환은 되돌리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게 된다. 결국 만성적인 문제를 만들게 되고 또 치료도 힘든 상태가 된다.
이렇게 되면 직접적인 원인물질이 아닌 감기라든가 찬 공기, 매연, 운동 심지어는 심리적인 자극과 같은 일반적인 자극(증상유발요인)으로도 증상이 나타난다. “처음에는 꽃가루가 날리는 봄 또는 가을철에만 증상이 나타나다가 차츰 찬 공기만 쏘여도 냄새가 심한 새집으로 이사했을 때에도 콧물이 나오거나 기침을 심하게 한다.”는 이야기들이 대표적인 예가 된다. 따라서 알레르기는 일찍 진단하여 악순환으로 병이 심해지는 것을 막아주어야 한다. 이를 ‘조기중재(early intervention)’ 또는 ‘조기차단’이라고 하며 알레르기 치료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더욱이 알레르기는 복잡한 병리기전으로 발생하고 환자마다 다양한 과정을 밟게 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다른 질병에 비해 환자들은 혼돈 속에 어떻게 해야 할 바를 모를 경우가 많이 있다. 또 알레르기질환은 단편적인 질병이 아니고 진행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일찍 진단하여 병의 진행을 초기에 차단해 주지 못하면 점차 심해지고 또 다른 형태의 알레르기도 발생하게 되어 그야말로 “알레르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학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여 한창 배움에 공을 들여야 할 학창시절을 어렵게 만들어 안타깝기도 하다.
알레르기 증상
IgE는 체내로 유입된 알레르겐을 비만세포로 운반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비만세포는 히스타민과 염증물질 등의 화학매체를 분비 또는 합성하고, 화학매체는 특정한 조직에 부착하여 모세혈관을 확장시키고 분비선을 자극하고 근육을 수축하여 증상을 일으킨다.
모세혈관이 확장되면 혈관내의 액체가 조직 내로 흘러나와 부종이 생기게 된다. 부종은 피부나 점막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고, 대부분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두드러기처럼 피부가 부풀어 오르기도 하고, 코 점막이 부어 막히기도 하고 또 재채기도 하고, 기관지가 부어 호흡곤란과 기침의 증상이 나오기도 한다. 분비선이 자극되면 콧물이 쏟아지고 가래가 많이 나오게 된다. 근육이 수축하면 기관지가 수축하여 호흡곤란이 동반되고 쌕쌕대는 호흡음을 들을 수도 있다.
이러한 알레르기 증상은 처음부터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증상이 나타나기 위해서는 어느 기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원인물질과 자주 접촉하여 비반세포가 알레르겐과 쉽게 결합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야하고, 이를 감작(sensitization)이라고 한다. 이렇게 감작된 세포에서 합성 또는 분비된 화학매체가 조직에 효과적으로 결합하여 증상이 유발되도록 표적기관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이를 표적기관의 과반응성(Target Organ Hyperreactivity)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기본적인 현상 때문에 알레르기 질환은 원인물질과 접촉할 때마다 비슷한 증상이 자주 반복되는 임상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 조직에는 알레르기염증과 이로 인한 개형이 생겨 증상들은 장기화하게 되고 또 악순환을 거쳐 더욱 심하게 진행되기도 한다.
요약하면, 알레르기에는 유전적인 요인이 깊게 관여하고 있고, 원인물질과 증상유발요인이 뚜렷하고, 증상을 일으키는 기관(표적기관, target organ)이 정해지고, 만성염증에 의한 질환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 어떤 증상이 알레르기에 의한 증상인가를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알레르기질환의 임상적 특성은 비슷한 증상이 반복하여 나타나는 것이다.
알레르기 질환은 증상을 나타내는 기관(표적기관, target organ)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 표적이 기관지라면 기관지 천식, 코라면 알레르기 비염, 피부라면 두드러기 또는 아토피피부염, 눈이라면 알레르기결막염, 위장이라면 알레르기 위장염의 증상이 나타난다. 대체로 알레르기 원인과 접촉한 부위가 표적이 되지만 접촉 부위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표적이 되기도 하고 또 표적 부위가 여럿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음식을 먹고 위장염 증상뿐 아니라 천식이나 비염과 같은 호흡기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 또 이러한 증상들이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
이렇게 표적기관이 결정되면 환자는 원인 물질에 노출될 때마다 항상 표적기관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임상적으로는 비슷한 증상이 자주 반복하여 나타난다. 이는 알레르기의 가장 독특한 임상적 특성이고 이러한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항상 알레르기를 의심하여 검사를 받아 일찍 치료를 해 주어야 한다.
알레르기의 진단
알레르기 증상은 소위 감기라고 일컫는 감염병의 증상과 비슷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침도 그렇고 콧물도 그렇고 설사와 피부발진도 그렇고 위장 증상도 그러하다. 그러나 감염병은 열과 통증과 피로감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지만 알레르기는 이러한 증상보다는 가려움증에 의한 증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코에 가려움증을 느끼게 되면 재채기를, 기관지에 가려움증을 느끼게 되면 기침을, 피부에 가려움증을 느끼게 되면 긁게 된다.
감기는 매우 흔한 질환이고 대체로 일과성이라 그때그때 치료를 해주면 그만이지만 알레르기는 진행하여 점차 심해지는 질환이라 일찍 치료를 해주어 심한 상태로의 진행을 막아주어야 한다. 따라서 증상이 단순히 감기에 의한 것인지 알레르기에 의한 것인지를 진단하는 것은 매우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어린이들은 ‘감기를 달고 산다’고 할 정도로 감기에 잘 걸리기 때문에 특히 알레르기와의 감별이 더욱 필요하다.
알레르기의 진단을 위해서는 원인물질(알레르겐)이 신체내로 들어와 알레르기 현상을 주도하는 세포인 ‘비만세포’에 붙는 과정과 비만세포에서 분비 또는 생산된 화학물질(화학매개체)이 신체조직(표적기관)에 붙어 증상을 일으키는 과정이 증명되어야 한다. 바꾸어 이야기 한다면, 알레르기 진단은 원인물질이 무엇인지 원인물질이 실제로 증상을 유발하고 있는지를 확인하여 무엇을 피해야 하고 어느 단계의 치료를 해야 하는 지를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1) 병력
- 가족력: 유전과 연관성이 깊어 알레르기 질환을 앓거나 앓았던 가족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 반복적인 증상: 원인물질에 노출 되었을 때마다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2) 진찰
- 호흡곤란과 기침, 콧물과 재채기, 충혈된 눈과 눈 비빔, 두드러기와 피부발진, 설사와 복통과 같은 증상이 알레르기 증상과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진찰을 받아야 한다.
3) 혈액검사
- 특이 면역글로불린-E 검사: 원인물질과 결합하여 이를 비만세포에 전달하는 면역글로불린을 측정하는 검사로 CAP검사, RAST검사, MAST검사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 전혈구계산값(CBC): 알레르기와 다른 감염을 감별하는 기초적인 검사로 모든 알레르기진단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4) 증상유발검사
- 피부반응검사: 알레르기 검사에 가장 유용한 방법이다. 등 또는 팔에 의심되는 알레르기 원인물질의 용액을 한 방울씩 묻히고 이를 통해 바늘로 피부에 가벼운 상처를 만들어 원인물질이 피부조직내로 스며들게 하여 알레르기 반응을 보는 검사이다. 알레르기반응을 나타내는 원인물질을 묻힌 부위는 부풀어 오르고 그 정도에 따라 +1, +2, +3, +4로 판독하고 있다.
- 천식유발검사: 비만세포에서 분비 또는 생산하는 화학물질 또는 이와 유사한 물질을 흡입시켜 증상이 일어나는지를 관찰하는 검사이다. 메타콜린이라는 물질을 흔히 사용하지만 경우에 따라 히스타민을 사용하기도 하고 또 운동을 시켜 증상이 유발되는지를 관찰하기도 한다.
- 식품유발검사와 음식일지: 식품은 다른 알레르기 원인물질에 비해 단백질 구조가 매우 다양하여 앞서 언급한 검사 결과와 증상과의 일치성이 미흡하기 때문에 음식일지로 식품과 증상과의 연관성을 찾아야 한다. 이를 토대로 확진을 위해서 식품을 먹여 증상이 유발되는지를 확인하는 검사도 필요하다. 그러나 식품유발검사는 종종 매우 위험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해서 반드시 의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한국 아토피피부염 유병율
아토피피부염은 아주 가벼운 증상에서부터 심한 증상까지 매우 다양한 형태를 보이는 질환이기 때문에 조사자에 따라 기준이 달라 역학조사에도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아토피피부염도 유병율의 참값을 얻기란 무척 어렵다.
이런 이유로 그간에 조사된 유병율은 엄청난 격차를 나타내고 있었다. 1964년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유병율이 9.1%이었지만, 1987년 서울지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유병율은 26.1%로 또 다른 연구자가 같은 지역에서 조사한 결과는 4.4%로 또 다른 조사자의 결과는 불과 2.4%로 매우 다양한 유병율을 나타내고 있다.
1995년 전국적 역학조사가 ISAAC방법을 도입하여 조사한 결과(그림)에서도 항목별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아토피피부염의 주증상인 가려운 피부발진을 경험한 모든 경우를 포함할 때 초등학생의 16.12%가, 중학생의 7.3%가 증상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이 수치는 지난 1년간 증상을 경험한 경우 12.13%, 5.82%와 지난 1년간 치료를 받았던 경우 9.7%, 4.5%보다 높은 수치이지만, 특이하게도 진단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 경우 16.66%, 7.5%의 유병율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는 태열이라던가 습진이라던가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구분이 확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내려진 진단 때문에 발생한 오류라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아토피피부염의 유병율의 참모습은 어디에서 찾아 볼 수 있을까 그간의 설문조사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2009년에 아토피환경보건센터에서는 전국 4개 초등학교와 공동으로 아토피피부염의 유병율을 ISAAC 설문조사방법과 진찰방법을 함께 이용하여 조사하였다. 의사가 직접 진찰하여 조사한 유병율이 참값에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에 실시한 조사에서의 유병율은 8.2%이었으나 현재 아토피피부염 증상을 가지고 있느냐고 질문한 설문 조사에서 얻어진 유병율은 13.1%이었다. 이는 설문조사는 참값보다는 높은 유병율을 나타낼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아토피피부염은 생후 2개월에 시작하여 1세전후에 심해지고 차츰 경해지거나 소실되는 임상경과를 거치는 질환으로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영아기에서의 유병율은 다른 연령층에서보다 높을 것이다.
2006년부터 임신부터 출생 후 1년까지 542명을 추적관찰하여 아토피피부염이 발생한 빈도를 조사하였다. 알레르기 질환이 없는 부모에서 태어난 아이의 아토피피부염 발생율은 14.7%이었으나 부모 모두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경우 41.7%로 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이는 아토피피부염 발생에 알레르기 가족력이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임을 뒷받침하는 좋은 자료이다. 특히 엄마가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경우에서 발생율이 30.7%로 아빠만 알레르기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서의 발생율 22.2%를 능가하고 있어 엄마의 알레르기 상태가 아이의 아토피피부염 발생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어린이 천식 유병율
천식의 유병율은 년령에 따라 진단기준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성장하면서 알레르기 형태가 아토피피부염, 천식, 알레르기비염으로 변해가는 현상을 반영한다고 생각된다. 이렇게 알레르기의 형태가 성장하면서 변해가는 현상을 '알레르기 행진'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때문에도 유병율의 참값을 얻기란 매우 어렵다.
천식으로 간주하는 기준을 증상을 경험한 모든 경우를 포함한다면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증상도 모두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실제 유병율보다 높은 빈도로 계산되었을 것이고, 진단을 경험한 경우는 모든 환자가 복잡한 진단검사를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실제 유병율보다 낮게 계산되었을 것이다.
지난 1년간 증상을 경험하였거나 치료를 받은 경우는 조사를 받은 나이에서의 유병율이지 알레르기 성향을 모두 대변할 수 있는 유병율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어느 항목이 참값에 가까운 유병율을 대변할 수는 없고 다만 천식 유병율의 참값은 증상경험 유병율과 진단, 지난 1년간의 증상, 지난 1년간의 치료 유병율 사이에 있을 것으로 추측할 따름이다.
알레르기비염의 유병율
알레르기 비염은 감기증상과 유사하여 정확한 유병율을 조사하기에는 많은 한계점이 있다. 따라서 진단의 경험이 참값에 가까운 유병율을 산출하는 데 좋은 항목이라고 생각된다.
증상을 경험한 항목을 기준으로 유병율을 조사한 결과가 초등학생과 중등학생의 37%내외에 달한다는 것은 10명중 4명정도가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진료현장에서의 경험상 참값에서 동떨어진 알레르기비염의 유병율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알레르기비염의 유병율은 진단 또는 치료의 경험을 기준으로 산출한 값이 참에 가까울 것으로 판단된다.
참고로 ISAAC에서 조사분석한 자료는 1995년 알레르기비염의 유병율이 16.2%에서 매년 0.28%씩 증가하여 2005년에는 17.6%의 유병율을 보고하고 있다.
다음에는 아토피피부염의 유병율이 이어집니다.
역학조사 자료의 이해
알레르기 질환이 20세기 말에 급증하였다고 여기저기서 이야기하고 또 걱정하고 있다. 이에 많은 기관에서 정확한 실태조사를 위해 역학자료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부분의 자료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발견되고 있어 실태 파악을 위한 연구에는 많은 도움이 되지만 일반인에게는 오히려 혼동을 줄 수 있다.
역학자료는 같은 질환의 유병율을 조사하더라도 대상에 따라 조사항목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역학자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점을 고려해야 한다.
조사대상과 진단기준에 따른 천식과 아토피피부염 유병율의 차이:
알레르기 질환이 얼마나 많을까에 관해 언급을 할 때마다 자주 인용되는 유병율은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와 국제 어린이 천식알레르기역학조사(ISAAC; International Study of Asthma and Allergies in Children)에서 발표한 자료들이다. 이들 모두 신뢰성과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자료들이지만 조사 대상과 천식의 진단기준이 서로 달라 결과에 적지않은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ISAAC에서의 천식 유병율은 8%이고 아토피피부염은 4% 정도 이지만,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에서 보고하고 있는 유병율은 천식의 경우 15.7%이고 아토피피부염의 경우 12.8%로 높다. 이러한 차이는 조사대상이 다르고 또 진단기준이 달라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한다. ISAAC에서는 6-7세와 13-14세를 대상으로 진단기준도 지난 1년간의 증상을 호소한 경우를 포함하였지만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에서는 조사대상에 6-15세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모두 포함하였고 또 진단기준도 과거에 증상을 경험한 경우를 모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환경성 질환
지구온난화라던가 아토피질환의 급증 등 환경오염으로 빚어진 문제들이 심각해 지면서 환경성 질환이란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국어사전과 백과사전에서 환경성질환이란 단어를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직 토착화된 단어로 무르익지 않은 정도로 최근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은 세상의 인구, 경제, 사회, 정치 구도를 급격히 변화시켰지만,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오염가스와 광산에서 유출되는 중금속 등에 의해 환경이 오염되었고 또 이로 인한 질병이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19세기를 거쳐 20세기를 들어서면서는 더 많은 새로운 천연자원을 이용하게 되고 또 플라스틱과 같은 합성원료를 개발하여 사용하게 되는 소위 2차 산업혁명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여기에 수송과 정보통신 수단의 발전은 산업화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해 주었다. 인간에게 편안함과 풍요를 성취시켜 주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자연 훼손과 환경오염은 상대적으로 심각해져 급기야는 "인간이 인간에 의해 질식할 상태에 이르고 있다"고 걱정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산업화 초기에는 환경오염에 의한 건강상의 문제가 국지적 문제이었다고 한다면 대부분의 국가가 산업화를 이룩해가고 있는 지금은 범세계적인 문제일 뿐 아니라 발생빈도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오염 대상도 대기, 토양, 수질, 식량과 주거까지 인간이 필히 접하며 살아가는 모든 면으로 확대되었기 때문에 건강상의 문제도 더욱 다양해 졌다.
1. 질병의 이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능력 즉 자기방어능력이 있어 어느 정도의 외부유해물질은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유해물질의 량과 독성이 자기방어능력의 한계를 벗어난다면 생명체의 정상적인 생명기능을 방해하거나 변형시키는 손상 즉 질병으로 이어지게 된다.
인간의 삶은 우리를 싸고 있는 주위 즉 환경(環境, environment)과 이와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숙주(宿主, host) 즉 인체와의 조화를 바탕으로 이어진다. 이 조화는 환경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자연의 힘과 유전 정보로 무장한 우리 신체의 방어력 사이의 균형으로 유지되고, 이 균형이 깨어지면 탈이 나고 질병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우리 신체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고 또 환경문제일 수도 있지만, 독자적으로 관여한다기 보다는 정도의 차이를 두고 서로 관여한다.
따라서 질병을 신체적 문제로 인한 질환과 환경적 문제로 인한 질환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들 간의 구분은 명확하지 않고 서로 중복되어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신체적 문제에는 신체의 성장과 노화 그리고 기능과 형태를 주관하는 유전에 의한 순수한 의미의 일차적(primary) 결함도 있지만 미생물 감염 또는 유해물질에의 노출로 인한 내상(內傷)뿐 아니라 외상(外傷)에 의한 이차적(secondary) 결함도 포함된다.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여 외관으로 확인된 손상을 외상이라고 한다면, 내상은 확인되지 않는 손상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바꾸어 이야기하면 외상은 해부학적 형태의 손상을 의미하고 내상은 기능적 손상을 의미한다. 그러나 구분은 명확하지 않고 서로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상호간 영향을 주면서 질병으로 표현된다.
환경적 문제에는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과 같은 생물에 의한 감염과 독성유해물질(toxic material)뿐 아니라 비독성물질(nontoxic material)과 같은 무생물에 의한 중독 또는 이상반응이 포함된다. 생물에 의한 질환은 대체로 전염성을 가지고 있어 전염성 질환(communicable disease)으로, 무생물에 의한 질환은 전염성이 없어 비전염성 질환(noncommunicable disease) 으로 분류할 수 있다. 비전염성 질환은 독성물질에 의한 질환과 정상적인 경우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물질에 의한 질환으로 다시 구분된다. 후자를 이상반응(adverse reaction)이라고 하며, 면역반응의 관여 여부에 따라 다시 알레르기(allergy) 또는 비정상반응(untoward reaction)으로 분류한다. 아토피는 알레르기와 같은 의미를 갖는 용어이지만 면역학적 기전 중에 특히 면역글로불린-E가 관여하는 경우에만 국한하여 사용하고 있다.
2. 환경성질환의 이해
우리 신체(숙주; host)를 둘러싸고 있는 주위를 환경(environment)이라고 하는 데는 누구나 동감하고 있다. 따라서 자기와 다른 것이라면 지구뿐 아니라 우주의 모든 것이 환경에 포함된다. 그러나 환경성질환에서의 환경은 질병을 일으키는 환경에 국한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들 환경과 신체의 방어능력 사이에 균형이 깨어지면 질병이 발생한다는 것도 너무 잘 알려져 있다. 아무리 질병의 요인이 되는 환경에 국한 한다고 해도 환경성질환에 관여하는 환경은 여전히 매우 광범위하다. 미생물, 곤충, 꽃가루, 식품과 같은 생물학적 또는 영양학적 환경뿐 아니라, 대기오염, 수질오염, 소음, 주거오염, 중금속, 전자파, 방사선, 기후와 같은 물리화학적 환경과 다른 인간, 애완동물, 화초, 숲, 문화와 같은 정신적 환경도 포함된다.
이러한 질병관련 환경은 20세기를 거치면서 심하게 오염되어 21세기에 접어든 지금은 기존의 질병관리시스템으로는 이를 억제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되었다. 따라서, 환경오염의 주 생산국인 미국, 러시아, 영국 등 선진국을 시작으로 환경보건의 관심과 대책마련을 위한 방안이 세워지고 있고 또 전 세계로 파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8년3월21일에 환경보건법이 신규제정되어 고시되었고, 2009년3월12일 시행령이 대통령령 제21347호로 제정, 시행규칙이 2009년9월6일에 환경부령 제330호로 제정되었다.
그렇다면, 기존의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시행해 온 질병관리 시스템과 환경부에서 시작하고 있는 질병관리 시스템은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협력해야 될 것인지. 많은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본 사이트에서는 환경성질환을 비전염성 질환에 해당하는 질환으로 국한하여 기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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