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환경이야기-1
왜 사람마다 위험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까
왜 사람마다 위험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까 어떤 사람은 인간광우병이나 유전자변형식품(GMOs)의 위험에 대해 심각하게 느끼고 어떤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느끼는 걸까 왜 전문가 집단과 일반 대중들이 느끼는 위험의 정도는 크게 차이가 나는 걸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심리학자, 사회학자, 보건학자 등 많은 위험 전문가들이 매달렸다. 그리고 이들은 위험을 느끼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며, 학력, 문화, 인종, 민족, 성별, 세계관, 정치성향에 따라 그 정도가 크게 차이 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위험이 그 사회에 끼치는 영향, 즉 그 위험으로 인한 생명 손실이나 질병 발생, 그리고 이와 관련한 사회경제적 비용 손실 등은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전문가나 과학자들은 이런 위험 분석을 바탕으로 위험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나타낸다. 그래서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흡연이나 알코올로 인한 위해성이 매우 크고 방사선 피폭이나 유전자변형식품, 방사선조사식품 등으로 인한 위해성은 낮거나 없다고 인식한다. 한마디로 위험은 객관적으로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위험전문가들은 노출 확률과 위험의 절대적 크기를 고려해 위험의 정도를 구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A라는 위험보다 B라는 위험이 훨씬 더 크거나 작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현대사회에서 발암물질을 비롯한 각종 유해물질은 도처에 널려 있으며 따라서 제로 위험 요구는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한다.
이들은 이런 위험인식을 바탕으로 위험소통, 즉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을 하려 한다. 대중이 위험의 특성이나 성격 등을 잘 모르고 있으므로 위험 분석 정보를 더 많이 알려 잘못된 대중의 위험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방적인 위험소통은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효과적이고 제대로 된 위험소통은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이며 정보의 전달이 아니라 정보의 공유이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의 그리스 어원은 공유한다는 뜻이다.
반면 일반 대중의 위험 인식은 전문가들의 위험인식과는 크게 차이 난다. 이들은 위험을 분석하는 과학 자체가 불확실해 신뢰할 수 없으며 다른 사람에게는 위험이 전혀 아니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위험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위험은 객관적이라기보다는 주관적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자신이 원치 않은 위험에 노출될 때 분노하며 자신들의 의견을 정부나 기업이 들어주지 않을 때 분노가 증폭돼 위험을 실제 이상으로 과도하게 느낀다. 대중은 적어도 자신에게는 그 어떤 위험도 일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전문가와 일반 대중의 위험 인식 격차는 효과적인 위해 소통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지 않으면 불신의 확대와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한다. 우리는 이미 그런 사례를 많이 겪었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을 둘러싼 주민과 주민 간, 그리고 주민과 정부 및 전문가 간의 극한 의견 충돌과 물리적 충돌을 우리는 10여년이라는 상당 기간 보아왔다. 2008년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인간광우병 위험 우려 사건도 위험 갈등이 빚은 대표적인 것이었다. 유전자변형식품 등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많은 위험들을 놓고 전문가와 대중이 서로 크게 차이가 나는 위험 인식을 하고 있다.
올바른 위험 인식과 관련해 정답은 없다. 전문가의 인식이 옳고 대중의 인식이 나쁘다는 이분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똑같은 위험이라도 그 위험에 자발적으로 노출되느냐, 비자발적으로 노출되느냐에 따라 위험을 느끼는 정도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어떤 위험 전문가는 그 위험에 비자발적으로 노출되는 사람은 자발적으로 노출되는 사람보다 무려 1천배나 더 위험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극한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의 사례를 통해 이를 살펴보자. 지상 수천미터 높이에서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공중곡예를 선보이다 지상 가까이서 낙하산을 펼치는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이것이 온몸과 마음을 흥분시키고 짜릿함을 만끽하게 해주지만 이를 처음 해보는 사람에게 강제로 낙하산을 맨 뒤 뛰어내리게 되면 그는 극한 공포를 느낄 것임에 틀림없다.
필자의 조사 연구에서도 그렇고 국내 외 여러 위험인식 조사분석 연구를 보면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를 전혀 즐기지 않는 사람에 견줘 이것들의 위해성이 매우 높다고 응답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런 위험은 오래 전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기 때문에 너무나 친숙해서 그 위험 정도에 대해 실제보다 훨씬 낮게 인식하는 것이다. 반면 그동안 좋은 것으로만 여겼거나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위험이 자기 눈앞에 등장했을 때는 위험의 실제 크기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인간광우병, 사스, 신종플루, 석면 등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올바른 위험소통은 위험 인식과 관련한 다양한 요인, 즉 사회적 요인, 심리적 요인, 문화적 요인 따위를 잘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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