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밴쿠버 등 대기오염 시달려…폐 질환 증상 보이는 사람 증가
북미를 덮친 역대 최악의 산불로 인해 시애틀과 밴쿠버 등 태평양 북서부의 대기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태평양 북서부는 이번 여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에 시달렸다. 지난달 23일부터 3주간 계속된 캘리포니아주 산불은 1100가구를 전소시키고 8명의 사망자를 냈다. 캐나다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발생한 수백여 건의 산불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산불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미국 워싱턴주의 대기를 오염시켰다. 특히 인구 21만 명의 워싱턴주 스포캔시는 사상 최악의 대기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스포캔산의 폴 코츠만 담당자는 “어딜 가든지 캠프파이어를 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공기청정기 제조업체 아이큐에어그룹이 실시한 오염도 조사 결과 인구 30만 명이 넘는 80개 도시 중 대기 오염이 가장 심각한 도시는 캐나다의 밴쿠버였고 미국의 시애틀이 그 뒤를 따랐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내놓은 대기질지수(AQI)에 따르면 밴쿠버는 165, 시애틀은 162를 기록했다. 대기오염이 심하기로 유명한 인도의 뭄바이나 중국의 베이징은 각각 149와 61이었다. 스포캔은 226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AQI가 200을 넘으면 건강한 사람의 신체에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다.
이 지역의 대기 오염이 완화되려면 산불로 인한 연기가 모두 날아가야 하지만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라닐 담마팔라 워싱턴주 대기과학자는 “산등성이의 고기압이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깨끗한 바람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기압과 산불은 매년 이맘때 북미 지역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대기 오염의 지속 기간과 정도가 이례적으로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최악의 대기오염에 평소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들뿐만 아니라 건강했던 사람들도 이상 증세를 느끼는 일이 늘어났다. 사라 파머 호흡기 전문 치료사는 “폐 질환이 없었던 사람도 나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콜린 레이드 콜로라도대학 부교수는 “연기 흡입의 장기적인 영향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침과 호흡곤란 등 단기적인 증상이 호흡기 질환을 앓는 사람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