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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휴대전화 사용과 어린이의 건강

구분 :
칼럼
작성일 :
2013-01-10 14:03:07
조회수 :
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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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2011년 5월에 국제암기구(IARC)라는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에서, 휴대전화 전자파가 사람에게 뇌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요인(발암물질 분류 Group-2B)이라고 결정·발표해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였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의 수가 2009년 말 현재 5억 명을 넘은 상황에서 이러한 결정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국제암기구는 휴대전화를 10년 이상 오랜 기간 사용한 사람에게서 뇌종양의 발생 위험이 높으므로, 일찍부터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 혹은 어린이·청소년의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어린이는 아직 성장이 완료되지 않은 개체이어서 외부노출에 대한 인체의 방어기전 역시 완성되지 못한, 미성숙 상태이다. 따라서 외부요인이 침입해 왔을 때 이를 퇴치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기본적으로 어른에 비하여 뒤떨어진다. 또 휴대전화를 사용하였을 때, 어른에 비하여 어린이의 뇌에서 더 많은 에너지가 흡수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만일 휴대전화 전자파가 정말 인체에 유해한 반응을 일으킨다면 그 유해한 효과는 어른보다는 어린이에게서 훨씬 더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휴대전화 사용이 어린이에게서 뇌종양이나 다른 암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을까  이번에 국제암기구가 발표한 휴대전화 전자파의 발암가능성에 대한 결정은 지난 수년에 걸쳐 국제공동 연구로 진행되었던 휴대전화 사용과 뇌종양에 관한 연구(Interphone study) 결과를 기반으로 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 연구에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작년 2011년 말에는 북유럽의 몇 나라가 어린이·청소년의 휴대전화 사용과 뇌종양에 대한 환자-대조군 연구를 수행하여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이 뇌종양의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가 없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단 한 편의 연구결과로 이처럼 중요한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기 때문에, 현재 좀 더 큰 규모로, 또 좀 더 정확한 방법론을 동원하여, 어린이·청소년 휴대전화 사용과 뇌종양에 관한 국제공동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015년경에 그 결과가 발표될 예정인데, 매우 중요한 결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휴대전화 전자파가 암 이외의 다른 건강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 것일까  미성숙하여 외부의 유해인자 노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개체 중 태아가 있다. 태아 시기는 인체의 각 장기가 본격적으로 생성되는 시기이므로 만일 이 시기에 외부인자의 침입이 있어서 어떤 영향을 받는다면, 태어난 어린이에서 형태적 이상(기형)까지 초래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임신부가 휴대전화를 사용하여 태아가 전자파에 노출되면 태아의 정상적인 발달과 성장에 어떤 영향이 미칠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실제 임신부의 휴대전화 사용과 태어난 아기의 신경인지 및 행동발달 간의 관련성을 보고자 하는 연구가 몇 편 발표되었다. 그런데 이 들 연구결과는 서로 일관되지 않다. 임신 중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면 태어난 아기가 7살 때 행동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는 결과가 있는가 하면, 6개월, 18개월 혹은 21개월경에는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과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향후 더 정밀하고 질 높은 연구가 수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가 스스로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면 적게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아이들에 비하여 다른 건강상의 문제가 있지 않는가를 보고자 한 조사결과들도 있는데, 대부분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는 아이들이 주의력이 떨어진다거나, 좀 더 우울하다거나, 혹은 수면장애가 있다거나 하는 보고들이 있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런 결과는 휴대전화 전자파에 노출되어서 생긴 결과라기보다는, 오히려 주의력이 떨어지거나, 우울하거나, 수면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 상황이 반영되어 나타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현재까지는 휴대전화 사용 혹은 휴대전화로부터의 전자파 노출이 어린이의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뚜렷하고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앞으로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문제이지만, 이 시점에서 취해야 할 가장 현명한 태도는 무엇일까  향후 유해하다는 결론이 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나, 지금은 증거가 없는 그런 종류의 환경 유해인자에 대해, 미리 유해할 것에 대비하여, 피하거나 노출을 감소시키는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전향적이고 발전적인 태도일 것이다. 이것을 ‘사전주의’적인 원칙이라고 하는데, 휴대전화 전자파와 어린이의 건강문제가 바로 여기에 딱 맞는 예가 아닐까 한다. 어린이는 가능한 한 휴대전화 사용을 줄이자는 것이다. 이것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현재의 현명한 결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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