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디젤차 배기가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학교 선택 시 지역의 오염 수준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악화된 대기질 때문에 좋은 학군을 포기하거나 이를 고려하는 영국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가디언>지가 최근 보도했다. 디젤차 배출로 인해 심해진 대기오염이 아이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피부로 느끼면서다.
영국 의학잡지 <랜셋>은 디젤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오염원이 어린이의 폐 성장을 저해하고 평생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수록했다.
이 연구는 디젤이 주요 대기 오염의 원인 지역이었던 런던에 사는 초등학생 2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지난 5년간 진행된 첫 연구였다.
이 결과 2008년에 도입된 ‘저탄소구역’ 정책이 폐 건강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저탄소구역’은 기준 배출량에 준하지 못하는 차량이 정해진 도심 지역에 진입시 벌금을 부과하는 형태의 교통량 제한 정책이다.
전문가들은 영국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년부터 런던에서 시행될 ‘초저배출구역’이 이러한 조치 중 하나다.
이번 연구 논문 저자인 런던의 퀸즈 매리 대학교의 크리스 그리피스 교수는 “우리는 (대기 오염 때문에) 낮은 폐활량을 가진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시와 마을에 교통량을 줄이는데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며 자동차 산업과 정부를 비난했다.
영국 폐협회 정책·공보 담당자인 사라 맥페이든은 “이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의 폐활량은 5%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경법 단체인 ‘클라이언트 얼스’와 함께 ‘클린 에어 패어런츠 네트워크’라는 캠페인 단체를 발촉하고 정치인들에게 도시 대기질 향상을 촉구하고 있다.
온라인 포럼과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등 많은 데이터에서 영국 부모들은 자녀의 학교 선택시 대기질을 주요 요소로 고려하고 있으며, 아직은 적은 숫자이지만 도시를 떠나는 부모의 숫자도 늘고 있다.
클라이언트 얼스의 안드레아 리 상임 캠페이너는 “21세기 영국 부모들이 대기 오염을 피하기 위해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현실”이라면서 “정부가 공공 보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런던 중심부 블루버리에서 거주하고 있는 건축가 벤 폴 씨는 아이가 태어난 9년 전부터 대기 오염을 처음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집 안의 벽을 닦아내도 검은 먼지가 계속 쌓였다”고 말했다.
대기 오염 캠페인 단체에 가입한 폴 씨는 대기질을 직접 모니터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 지역의 많은 곳이 EU 기준치를 넘어가는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 런던 시가 대기질 향상 목표에 달성하는 것을 실패하자 그는 아이를 위해 도시를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 초 자선단체 ‘리빙 스트릿’은 영국 교통부의 제시 노먼 장관에게 한 연구 결과를 전달했다. 2000개 이상 초등학교가 대기 오염 집중 지역에 있다는 조사였다. 어린 학생들이 학교까지 걸어가는 구간의 대기질 향상을 위한 정책을 요청했다.
대기 오염은 자녀의 학교 선택시 영국 부모의 10%에게 주요 요소가 되고 있으며, 4명 중 1명은 여러가지 요소 중 하나 요소로 꼽고 있다.
‘맘스넷’ 조사에 따르면 일부 부모들은 대기 오염 문제로 거주지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 10명 중 4명 꼴이다. 도시권 지역의 28%가 이주를 고려하는 반면 일부 부모들은 앱을 이용해 도시의 주요 오염 거리를 확인하고 아이들이 학교까지 가는 도보길을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